2024년 4월 26일 금요일

트럼프 vs. 바이든: 미중 무역분쟁의 정책 대결

 2018년 11월 30일, G20 정상회담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만남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회담에서 둘은 무역 협상에 돌입할 것을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소식은 글로벌 주가를 상승시켰는데, 그 이유는 무역 협상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역 협상에 대한 기대는 피터 나바로가 협상장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로 인해 더욱 높아졌습니다. 나바로는 무역 안보론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한 조언자 중 한 명으로, 그의 주장은 트럼프 정부에서 큰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는 무역흑자국들에 대해 정치적, 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나바로는 특히 중국을 세계를 기생하는 기생충으로 비판하며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미국의 경제적 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보았습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바로가 미중 무역 분쟁의 미국 협상 대표로 임명되었습니다. 그의 배석으로 인해 무역 협상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는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회담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회담 하루 전 날인 11월 29일, 미국 대표로서 피터 나바로의 참석이 확인되었습니다. 이 소식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예상했던 무역 협상 타결 대신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나바로는 협상팀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는 스피커로서 무역 협상을 주도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학자 출신이라는 배경은 그의 협상 능력에 제약을 두었습니다. 그는 시끄러운 행동을 했지만, 그의 방식은 정교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협상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주도했습니다. 라이트하이저는 미국의 최고 협상가 중 한 명으로, 미국 무역 대표부 대표로서 협상력을 보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전문가로서의 평판을 얻었으며, 일본과의 플라자 협약을 주도하여 수십 년간의 경기 침체를 초래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라이트하이저는 중국과의 무역분쟁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심지어 WTO 룰을 위반하더라도 중국에 강력한 무역 보복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무역 협상 과정에서 상대방의 제안을 거부하고, 종이비행기를 만들어 보내는 등 과감한 행동으로 유명했습니다. 그의 연장을 찾아내는 능력은 툴 박스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뛰어났습니다.



라이트하이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무역 확장 법 233조를 사용하게 되면서 툴 박스라는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이 법은 국가의 일방적인 무역 제한을 WTO에서 못하게 하고 있지만, 국가 안보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가능하다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라이트하이저는 이 조항을 철강 관세에 활용했습니다. 이에 대해 상대국들이 불만을 표시할 때, 그는 신박한 논리를 제시했습니다. 무기를 만드는 데에는 철강이 필요하며, 외국산 철강이 미국에 공급과잉을 일으켜 경쟁력이 약한 미국 철강 회사들이 도산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외국산 철강을 사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국가 안보를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으로 라이트하이저는 50년간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던 법안을 통상무역에 활용함으로써 툴 박스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후 트럼프 정부의 미국 협상팀은 피터 나바로가 화약을 조달하고, 라이트하이저가 전략을 만들어 결과를 거두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중국의 협상 대표로는 류허가 있었습니다. 그는 베이징에서 금수저로 태어나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조치대상이 되어 지린성 깡촌으로 내려가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을 한 뒤에는 베이징의 공장에서 일반 노동자로 일하며 라디오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1978년 대학 입시의 부활로 기회를 얻게 되어 인민대에 최고 성적으로 입학했습니다.

인민대를 졸업한 후 류허는 미국 하버드대 유학을 마치고 국가계획 위원회에 들어가 최상급 엘리트 코스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농민, 노동자, 군인, 학생, 유학, 금수저를 경험한 특이한 인물이지만 인간관계는 엉망이었습니다. 그는 하버드 유학 시절 친구가 하나도 없어 미국 인맥을 쌓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와 시진핑이 베이징 101 중학교 후배로 절친한 사이였다는 것입니다. 류허는 중앙경영소조 판공실에 부주임이 되었고, 이 조조의 조장이 바로 시진핑이었습니다.

미중 무역 분쟁에서는 류허와 피터 나바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1 대 2로 맞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는 트럼프 재임 시절 1차 합의안이 나온 결과입니다. 합의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의 농산물, 에너지 등을 2년간 2천억 불 더 많이 수입하겠다고 합의했으며, 미국은 중국에 부과한 관세 중 1,200억 불에 대한 관세를 50% 낮추고 추가 관세 부과를 중단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 결과로 트럼프는 미국 농산물의 수출 확대를 얻었고, 시진핑은 추가적인 무역분쟁을 중단시켜 합의는 트럼프의 우세승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중국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동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 홍콩 이슈, 우주항공과 반도체 등 미국의 첨단산업 역량 침해방지를 주요 이슈로 제기하며 나섰습니다. 이는 중국이 돈으로 땜질하기 힘든 심각한 문제들입니다.

바이든은 트럼프 정부가 실행한 관세 부과가 중국 수입 비중을 줄이는 효과는 있지만, 물가를 올려서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 시대에 부과한 관세를 원복할 경우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을 1.3%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을 내놓았습니다.

이에 바이든은 대선 전에 가시적인 인플레이션 완화 효과를 얻기 위해 중국에 대한 관세 인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국민들도 중국에 대한 관세 인하를 감정적으로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바이든은 기브 앤 테이크의 전략을 활용하여 다른 대가를 받아내고, 그 대가로 관세 인하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향에서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다시 매입하여 비중을 늘리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는 미국 재무장관 옐런이 중국을 계속 오가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전략이 이번에도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관세 인하와 국채 매입의 1대1 교환이 아닌, 반도체와 첨단장비에 대한 수출 금지 완화 등의 1+1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로 협상이 어려워지면 강경책이 나오게 될 것입니다. 중국에게 관세를 더 높이겠다는 압박을 가할 것입니다.

바이든은 중국 정부가 철강 회사들에게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하여 미국 철강업의 경쟁력을 훼손했다고 공격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바이든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게 관련 조사를 지시하고, 사실이 확인되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3배의 관세 부과를 명령했습니다. 이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7.5%에서 25%로 3배로 올리는 것입니다.

바이든은 꼼꼼하게 관세를 인상할 때 중국의 관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마련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또한, 미국과는 무관세 협정이 있는 멕시코를 통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이 우회적으로 들어오는 것을 검토하도록 했습니다.



이외에도 바이든은 라이트하이저가 트럼프 시절 개발하여 철강 관세에 사용했던 무역 확장 법 233조의 논리를 다시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무기를 만드는 데 철강이 필요하다 -> 외국산 철강들이 미국에 공급과잉을 일으킨다 -> 경쟁력이 약한 미국 철강 회사들이 도산한다 -> 무기를 만드는 데 외국산 철강을 써야 한다 -> 결론: 국가 안보 맞음"의 논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조사 뿐만 아니라 조선업에 대한 조사도 바이든이 지시하였습니다. 이는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장벽을 줄이고 미국의 첨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결의를 보여줍니다.

중국이 조선업 수주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반경쟁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조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사안은 바이든 정부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미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 문제의 발단은 US스틸의 매각 사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전통적인 철강 기업인 US스틸을 일본제철이 인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US스틸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미국 대선에서 대표적인 경합 주지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를 이겨 대선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바이든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를 반대하며 "US스틸은 한세기 이상 상징적인 미국 기업이었다. 완전한 미국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여 US스틸의 가격 경쟁력을 올리고, 부실화된 US스틸을 살려보겠다는 호소를 했습니다.

이에 대한 USTR 대표인 캐서린 타이는 "중국의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에 관한 혐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완전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대선 경합지역의 표와 관련된 내용이므로 조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선 전까지 완전한 조사 결과가 발표되지 않더라도 중간 발표 형식으로 철강과 조선에 대한 조사 내용이 나올 것입니다. 이는 한국 조선업 주가가 들썩였던 이유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입장은 중국 이차전지 회사인 CATL 회장의 인터뷰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CATL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미국 행정부 수명은 길어야 4~5년이라, 갈등은 일시적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시진핑이 임기가 없는 오너이고, 바이든은 4년 임기가 있는 계약직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에 중국이 트럼프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으로 보입니다.

옐런이 중국에 계속 가고 있지만, 원하는 합의가 나오지 않는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고 해도, 중국이 원하는 상황이 오는 것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팀 트럼프 2.0"에 통상 부분을 툴박스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맡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바이든이 아니라 트럼프와 이야기를 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다시 당선되더라도 중국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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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5일 목요일

건강의 섬세한 연결고리: 담배부터 미세먼지까지 우리 몸에 휘둘리는 위험

독일 에르츠 산맥에 위치한 은광의 채굴 과정에서 처음 발견된 검은 광물이 있었습니다. 이 광물이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은맥이 끊겨버려 더 이상 은을 캘 수 없게 되었고, 광부들은 이를 피치블렌드(Pech:재수 없는, Blende 광물)라고 불렀죠. 그리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기에 그냥 버렸습니다.




피치블렌드에서 발견된 이 신물질은 천왕성의 이름을 따서 우라늄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우라늄 석을 유리에 섞으면 예쁜 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버려지는 대신에 광부들에 의해 채굴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10년쯤 지나자 수백 명의 광부들이 폐가 망가지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의학계는 이러한 질병의 원인이 광산 내부의 독성 가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1898년 퀴리 부부가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인 폴로늄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폴로늄이란 이름은 퀴리 부인의 모국인 폴란드의 이름에서 따온 것 입니다. 퀴리 부인의 스승으로 알려진 앙리 베르켈도 퀴리 부부에게 선물 받은 피치블렌드를 가지고 다니다 종양으로 사망했으며, 퀴리 부인 역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골수암과 백혈병으로 숨졌습니다.  




피치블렌드는 원자폭탄 제조에도 사용되었는데, 미국의 맨해튼 계획에 콩고 광산에서 캐낸 피치블렌드 34,200톤이 원료로 들어갔습니다. 2004년에는 199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의장 아라파트가 회의 중 구토를 한 후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급히 프랑스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후, 시신 검시 과정에서 폴로늄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라파트는 평화주의자이자 온건파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 진영의 강경파들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의 시신에서 발견된 폴로늄 210은 매우 희귀한 물질로, 원전이 있는 나라에서나 만들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서도 폴로늄 210이 만들어지긴 하는데, 광물 상태의 인회석에 포함되어 있다가 이를 사용하여 만드는 인공비료를 통해 담배잎에 농축됩니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담배에는 폴로늄 210이 280~580밀리베크렐 정도 들어있습니다. 간접흡연으로도 폴로늄이 축적되죠.


담배 회사들은 1960년대부터 이를 알고 있었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만 1천7백 명 정도가 담배에 포함된 폴로늄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한편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먼지도 몸에 해로운 존재입니다. 호흡할 때 몸 안으로 들어오는 먼지는 콧물, 코털, 기관지의 섬모와 점액, 성대의 가래 등으로 걸러지지만, 이 방어가 실패하면 폐까지 도달해 폐렴과 폐암의 원인이 됩니다. 




폐렴은 폐에 생긴 염증으로, 물이 차서 구역질과 심한 가래를 동반합니다. 폐에는 근육이 없고 횡격막의 운동으로 호흡하죠. 폐포 3억 개의 넓은 표면적 덕분에 건강할 때는 암에 걸리지 않지만, 담배 연기와 미세먼지로 인해 폐암이 발병합니다. 담배가 폐암 원인 1위이며, 대부분 수술이 힘들어 생존율이 낮습니다.


그래도 직간접 흡연과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 로세토 마을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좋은 생활습관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없는 평온한 환경 덕분이었습니다. 


의사 셀리에가 난소에서 추출한 물질을 쥐에게 주사하며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에게서 궤양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스트레스가 궤양의 원인임을 밝혀냈죠. 셀리에는 이후에도 쥐에게 온갖 스트레스를 주며 실험했고, 모든 쥐에게서 궤양이 발견되면서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결국 스트레스만큼 몸에 나쁜 것은 없습니다. 공기청정기를 놓고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평온한 마음가짐을 갖는 일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면 심장병 발병 위험도 낮아집니다. 우리 모두 로세토 마을 사람들처럼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건강에 관한 이야기, 특히 폴로늄과 스트레스의 위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다소 산만한 내용이었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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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4일 수요일

엔화 강세 기대감, 기업들의 파격 임금인상과 '화이트 물류' 정책

일본의 경제 동향에 대한 최근 소식을 살펴보면, 달러의 강세로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부적 요인 외에도, 일본 내부에서 엔화가 강화될 수 있는 여건이 존재합니다. 




작년부터는 일본은행이 YCC(양적완화 정책) 폐지나 금리 인상 등을 언급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변화는 춘투(춘계 노사협상)가 지나야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습니다. 매년 3월에는 춘투라 불리는 노사협상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지난 해에는 일본 노조가 2023년의 인플레이션을 근거로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며, 정부가 노조 편을 들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경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너무 낮거나 높으면 문제가 발생하는 민감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각국들은 일반적으로 연 2%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목표를 가지고 경제를 운영해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10년 이상 2% 인플레이션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베 총리 시절부터 무제한 돈풀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2023년에야 기다리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일본은행 입장에서는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은 잡아야 하지만, 다시 과거처럼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임금을 올리는 것을 통해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정부가 기업에 임금 인상을 압박하기 전에, 기업들이 화끈하게 반응했습니다. 도요타, 일본제철, 닛산 등 주요 대기업들이 노조의 임금 인상안을 대부분 수용한 것입니다. 특히 일본제철은 50년 만에 최대 수준인 월 3만 엔의 임금 인상을 요구한 노조에 3만 5천 엔의 인상을 해주며 임금을 14.2% 올려주기로 했습니다. 도요타 역시 25년 내 최대 폭의 인상분과 사상 최대 보너스를 제시했습니다. 이외에도 혼다, 마쓰다, JFE 스틸, 고베제강소, 히타치제작소, 파나소닉, 미쓰비시 계열사, NEC, 후지쓰 등 굵직한 기업들이 노조 요구안을 모두 수용했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본은행이 움직일 여건이 갖추어졌고, 결국에는 마이너스 금리와 YCC 폐지가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정책 변화를 위해선 임금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라고 했는데, 대기업들이 화끈하게 응답을 해준 셈입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17년간 금리 인상 운전을 하지 않은 초보운전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금리를 인상하면서도 국채 매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마치 악셀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은 듯한 모습입니다. 17년간 운전을 안 하던 장롱면허라 갑자기 차가 튀어나갈 것이 무서워 브레이크에 발을 떼지 못한 것입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놓고 악셀을 누른 발에 힘을 주기 시작할 때가 엔화가 오르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언제 어떤 규모로 일어날지 여부입니다. 3월 19일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은 엔화 가치뿐만 아니라, 일본 증시와 전 세계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가능성을 높이는 일이었습니다. 일본인의 해외증권 투자가 10년 새 70%나 증가하여 531조 엔 규모에 달하는 상황에서, 아일랜드, 호주, 네덜란드,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채권의 상당 부분을 일본인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10년물 국채금리가 1%에 도달하면 환리스크가 있는 해외투자보다 국내 국채투자 수익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IMF 역시 "일본은행이 금융완화를 조정하면 호주, EU,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자금 유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는 금리 급등일 것입니다. 일본은 현재 1,243조 엔의 부채를 지고 있어 금리가 급등하면 정상적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의미하는 '출구전략'이라는 표현 대신 '금융완화 수정'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브레이크를 언제 풀지가 관건입니다.




두번째 관전 포인트는 일본 내부의 '2024년 문제'입니다. 2024년 4월 1일부터 시작된 물류 문제를 말하는데, 작년에 한 번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일본은 2019년부터 한국의 주52시간제와 비슷한 법안을 시행했는데, 일반 근로자의 연간 초과근무를 720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운송업, 의료, 건설업은 파장이 커 5년간 유예기간을 두었습니다. 2024년 3월 말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전 업종에 초과근무 960시간 상한제가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위반 시에는 6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만 엔 이상의 벌금이 부과되는 등 처벌 수준이 높습니다. 이에 더해 일본 후생노동청이 '자동차 운전자 노동시간 개선 기준'을 시행하여, 트럭 기사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확대했습니다. 초과근무 제한에 휴식시간 의무화가 겹치면서, 트럭 기사 입장에서는 소득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타 업종으로 이탈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며, 임금 인상이 불가피해졌습니다.




법 시행 유예기간 동안 일본은 대책을 준비해 왔습니다. 도쿄, 나고야, 오사카 간 주요 고속도로인 신도메이에 완전 무인 자율주행 트럭 전용로를 지정했습니다. 이 고속도로는 24시간 통행량이 가장 많은 대동맥인데, 올해부터 운전사 없는 무인 트럭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무인 트럭 외에도 선박과 철도 수송량을 두 배로 늘리는 작업도 병행되었습니다. 5년간 철도 규격과 항만 구조를 개선했는데, 기존에는 터널 높이가 낮아 표준 컨테이너를 실은 열차가 다닐 수 없었습니다. 일본은 표준보다 30cm 낮은 독자 규격 컨테이너를 사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바퀴를 소형화한 저상 화물열차를 만들어 표준 컨테이너를 바로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만도 개선되어 컨테이너선에서 바로 철도로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전에는 컨테이너를 트럭에 내린 후 역에서 다시 규격을 바꿔야 했던 비효율을 개선한 것입니다. 말도 안 되는 비효율이었지만 일본은 루틴을 쉽게 바꾸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이외에도 신칸센에 화물 수송 기능을 추가하는 등 물류 개선에 힘썼습니다. 신칸센으로 화물을 운반하면 속도가 빨라지는데, 예를 들어 도쿄에서 700km 떨어진 아오모리 특산 가리비를 당일 배송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새로운 중형 트럭도 나왔습니다. 이스즈 자동차가 3.5톤 미만 디젤 트럭을 출시한 것인데, 이는 일본에서 보통 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이기 때문입니다. 중대형 면허 없이도 파트타임들이 트럭을 운전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일본다운 대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터널이 작으면 저상 기차를, 면허 제한이 있으면 트럭 크기를 줄이는 식입니다. 이를 '화이트 물류'라고 부르며, 물류 종사자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노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변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입니다. 2024년 2월부터 물류 관련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사가와 택배는 기본 요금을 15% 인상하고, 제로 차량수송은 20%, 냉동식품 업체들은 16%까지 인상했습니다. 이미 물류비 인상분이 제품 가격에 전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각 업체는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가와는 별도 전담인력 채용, 일본우편은 배달시간 연장, 편의점들은 배송 횟수 조정과 타사 활용 등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물가 인상 압력이 될 것입니다.


만약 물류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강력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일본은행이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브레이크를 언제 풀지가 관건이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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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3일 화요일

역사 속의 금빛 알갱이: 소금의 권력과 영향

인류가 처음 소금을 쓴 기원전 6천년 경부터 소금은 줄곧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의 대부분은 소금을 지배한 자가 곧 세상을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은 아무도 귀 여기지 않는 이 작은 알갱이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큰 흐름을 따라가 봅니다. 



사람은 태생적으로 소금 없이는 살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아기가 자라는 엄마뱃속의 양수는 0.9% 염분이 섞인 바닷물과 같습니다. 사람이 소금물에서 태어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몸에 70%를 차지하는 체액에도 0.9% 소금이 녹아 있습니다. 혈액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0.9% 염분 농도를 맞추지 못하면 우리 몸은 당장 큰 탈이 납니다.

수렵 시대만 해도 인간은 따로 소금을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동물의 살과 피를 먹는 것으로 충분해서였습니다. 원시인들이 동물의 피를 즐겨마신 건 야만적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에게는 너무나 귀중한 소금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농경을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경작한 식물에 함유된 것만으로는 염분이 부족했기 때문에 따로 소금을 먹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금을 만들 수 있는 바닷가나 지대에 모여 살기 시작했습니다.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소금 지대인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인류 최초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도시 국가들은 대부분 소금 거래의 중심지였습니다. 인류 최초의 도시라 불리는 '예리코'는 소금 호수의 대명사격인 사해 근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사례의 대표는 뭐니뭐니 해도 로마입니다.



위대한 천년 제국 로마도 그 시작은 미약하기만 했습니다. 로마를 흐르는 테베레강에서 염전을 하던 몇몇 사람들이 모여 시작된 게 로마였습니다. 최근 인플루엔셜 출판사는 세계를 바꾼 여섯 가지의 물질을 문명사적으로 다룬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에 의하면 초기의 소금은 그 어떤 것보다 식량을 보존하는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무엇이든 소금으로 절이면 부패를 오래 막을 수 있어서 소금은 생명의 물질로 여겨졌습니다. 로마의 상인들은 염전에서 나는 이 생명의 물질을 팔아 엄청난 돈을 벌었고 이게 로마의 건국 자금이 되었습니다. 로마 제국의 확장은 곧 염전의 확장이었습니다. 로마는 염전을 뺏거나 새로 만들거나 해서 확인된 대형 제염소만 해도 60곳이 넘었습니다. 이 품질 좋고 값 싼 로마의 소금을 사기 위해 유럽 전역의 상인들이 로마로 몰려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길이 만들어졌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습니다. 그 길이 바로 소금을 운반하던 소금길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금도 쓰는 여러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로마 군인들이 소금으로 봉급을 받았다 하여 샐러리가 나왔고, 그 병사를 가르치는 단어가 솔저입니다. 로마인들이 즐기던 소금의 절린 야채가 샐러드입니다. 로마를 제국으로 만든 것처럼 로마를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도 소금입니다. 1세기에 갑자기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로마는 부의 원천이었던 염전을 대거 잃었습니다. 이게 로마가 하락세로 접어든 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로마 이후에도 소금길은 세계로 널리 퍼져 나갔습니다. 그 중엔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을 북에서 남으로 넘는 길도 있었습니다. 북 아프리카의 유목민인 베르베르인들은 8세기에 소금을 실은 수천 마리의 낙타를 몰고 사하라 사막을 남쪽 끝의 도시 팀북로 원정을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길을 따라 들어온 건 소금만이 아니었습니다. 7세기의 혜성처럼 등장한 이슬람도 거대한 장벽인 사하라를 넘어 서남 아프리카로 들어왔습니다. 말리의 팀북투를 드나들던 이슬람 소금 상인들에 의해서죠. 팀북투는 이후 이슬람학과 모스크가 들어서며 아프리카 이슬람 학장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팀북투의 소금길은 아프리카의 금과 상아, 노예들이 유럽으로 건너가는 주요 루트가 되었습니다.

로마 멸망 후 로마와 비슷한 길을 걸은 도시가 있었으니 베네치아입니다.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던 베네치아는 7세기 들어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천일염 생산의 최적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갑자기 유전이 터진 거죠. 베네치아 상인들은 이 소금을 파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지중해의 소금 시장을 전부 장악해 버렸습니다. 지중해의 소금을 독점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전쟁을 벌였죠. 그 결과 14-5세기엔 베네치아 교역량의 절반이 소금이었습니다. 또한 동방무역을 통해 도자기 등을 독점해 베네치아는 중세의 유럽의 최강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매료시키는 베네치아의 장엄한 건축물들과 화려한 조각품들이 대부분 이때 만들어졌죠. 오늘날에도 사용 중인 복식 부기와 근대적 의미의 은행도 소금 거래에서 나온 베네치아의 발명품입니다.



또한 피렌체와 함께 베네치아의 번영은 문화의 번성을 가져와 이게 결국 르네상스로 연결되었으면 현대 화학을 낳기도 했습니다.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소금을 촉매제로 해 납을 금으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물론 이런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소금과 수운과 유황 등을 섞고 끓이고 분리하는 과정에서 현대 화학의 기초가 모두 만들어졌습니다. 

중세가 끝나갈 무렵 소금은 이번엔 보잘 것 없는 나라인 네덜란드를 강대국으로 만들었습니다. 15세기 네덜란드는 100백만 인구 중에서 30만 명이 청어 잡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인들은 청어를 잡자마자 배에서 바로 소금으로 염장하는 방법을 개발해 냈습니다. 지금은 흔하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인 방법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청어를 1년 넘게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그덕의 조업 기간을 대폭 늘려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죠.



네덜란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비싼 발트의 암염 대신 값 싼 스페인산 천일염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높였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쫓겨나 네덜란드에 자리잡은 유대인들이 최초로 불순물을 제거한 정제 소금을 만들었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당시라 소금에 절인 청어는 전 유럽에 불티나게 팔려 나갔습니다. 이렇게 해서 17세기에 네덜란드는 유럽 청어 시장의 절반을 장악했습니다. 이때 번돈이 나중에 네덜란드를 세계 곳곳의 식민지를 거느린 해상 제국으로 만들었으니 소금이 한국가의 운명 전체를 바꾸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소금으로 부흥하면서 12세기부터 500년간 발트해와 북극해의 무역을 독점했던 한자 동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정제 소금을 만든 네덜란드 유대인들은 16세기 말 네덜란드 독립전쟁 때 스페인의 염전을 봉쇄해 스페인 국왕을 파산으로 몰고 갔습니다. 이게 스페인의 몰락으로 이어졌으니 네덜란드 유대인들은 수백년 만에 선조들의 복수를 한 셈입니다. 

소금은 혁명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바로 18세기 말의 프랑스 혁명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는 어디나 소금의 세금을 매겼습니다. 소금을 먹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이만큼 손쉬운 세원이 없었습니다. '물질의 세계'라는 책에 의하면 가벨이라 불린 프랑스의 소금세는 정말 악랄했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일주일에 한 번은 소금을 사야 했습니다. 그것도 왕이 마음대로 가격을 정하니 어떨 땐 원가의 20배가 넘기도 했습니다. 가벨 징수관은 수시로 집에 들이닥쳐 의무 소비량을 지키는지 감시하고 냈습니다. 무엇보다 프랑스인들을 화나게 한 건 가벨이 힘없는 민중들에게 의무라는 점이었습니다. 온가 특권을 누리던 귀족들은 이마저도 면제였습니다. 소금세는 프랑스 혁명을 촉발한 숨은 요소이기도 합니다.




소금을 두고 뺏고 빼앗기는 전쟁은 유럽에선 너무나 흔했습니다. 19세기 후반의 남미에서도 심각한 소금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페루 앞바다의 친차 제도에 쌓인 구하노라는 새 똥을 두고서입니다. 수천 년간 화석처럼 30미터나 쌓인 이 구아노는 소금의 일종인 질산 칼륨 덩어리였어요. 이를 두고 칠레와 페루-볼리비아 연합군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승자는 칠레였습니다. 패자 볼리비아는 태평양 전쟁이라고 불린 이 전쟁으로 바다를 잃고 내륙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구아노가 뭐길래 세 나라가 국운을 걸고 4년간이나 싸웠을까요. 실상 칼륨은 그야말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천연 비료였습니다. 게다가 화약 제조의 핵심 재료죠. 당시엔 부르는 게 값인 이 덕분에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태평양 전쟁으로 빼앗은 땅엔 훨씬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리튬이 무한정 매장되어 있었습니다. 



이 새똥은 남미의 전쟁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자 연합군은 칠레의 질산 칼륨으로 총알과 포탄을 만들어 독일군 진지에 퍼부었습니다. 그러자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독일 과학자들이 대기 중에서 질소를 분리하는데 성공했고, 독일군은 합성 질산염 포탄으로 반격을 가했습니다. 자연산 소금과 인공 소금이 맞붙은 이 무기로 전쟁은 장기화되고 그 전의 전쟁보다 더 심각해집니다. 결국 이런 전쟁의 결과로 소금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물질로 자리 잡았습니다.



소금의 이용은 역사와 문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소금과 문명의 역사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으며 이후의 소금의 가치 변화는 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도 소금은 식품 보존뿐만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문명들은 소금을 통해 부와 권력을 확보했고, 소금의 생산과 유통이 문화와 경제의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소금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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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22일 월요일

풍요로운 자원, 빈곤한 국민 - 자원의 저주가 낳은 문제들

 여러분은 아마도 "자원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렸을 적부터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가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는 말이요. 그럴 때마다 이웃 나라들은 석유, 아연, 구리, 리튬, 철광석, 다이아몬드 등이 넘쳐나는 것이 부러웠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요즘 세대에도 이어지면서 '단군 부동산 사기설'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풍부한 천연 자원이 경제 발전의 필수 요소인 것은 틀림없지만,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자원이 없는 경제와의 차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논쟁에 참여하는 산증인은 우리와 일본, 그리고 유럽의 독일입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자원이 많을수록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민들이 빈곤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경제학자 리처드 오티가 처음 언급한 '자원의 저주'입니다.




과거에는 자원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어디서든 농사짓기 좋은 토지가 최고의 자원이었죠. 하지만 산업 혁명과 함께 철과 석탄이 중요해지면서 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자원이 많을수록 그 나라가 더욱 번영할 것이라는 상식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가진 나라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악마의 배설물"로 부르며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은 캐럿 다이아몬드로 유명하지만 국민의 43%가 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습니다.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는 내전과 분쟁의 위험이 더욱 커집니다. 세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자원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내전이 발생할 위험은 23%로, 그렇지 않은 나라보다 4배나 높다고 합니다. 또한 자원은 특정 지역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 자원이 풍부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에 부의 균형이 생기면서 내부 갈등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는 부족과 민족 간의 갈등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쌓인 민족 갈등이 갑자기 내전으로 번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자원이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의 중앙 집권이 강화되어 소수의 특권층이 이익을 독점하고, 정부가 더욱 폭력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자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보추 하나는 다이아몬드에서 나오는 수익을 국민 전체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진국들도 자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지만, 그들은 현명한 정책과 투자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원의 저주는 결국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분배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분배와 지속 가능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일수록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며, 자원의 이익은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자원의 저주를 극복하는 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원의 저주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일까요? 먼저, 자원의 수익을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특권층이 이익을 독점하지 않고, 모든 국민이 자원의 이익을 공평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책과 투자가 필요합니다. 자원의 수익을 국민 전체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고,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여 경제를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합니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을 지원하여 자원의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합니다.


자원의 저주는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일 수 있지만, 적절한 정책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모든 국가가 함께 노력하여 자원의 이익을 공정하게 분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우리가 향후 직면할 도전 중 하나이며,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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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9일 금요일

서울 부동산 시장의 변화 - 레미콘 공장 폐쇄와 그 영향

미국의 주택 구조는 주로 1~2층의 목조 주택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는 '조닝(zoning)' 제도 때문인데요, 조닝은 1916년 뉴욕에서 시작된 제도로, 지역을 주거지역(R), 상업지역(C), 산업 지역(M), 농업지역(A) 등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주거지역(R) 중에서도 R1 지역은 단독주택이 주로 건축되며, 다세대주택이나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건설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백인 마을에 유색인종의 주거를 막기 위해 "백인이 아닌 개인에게 전부 또는 일부를 판매, 전달, 임대할 수 없다"는 지역 조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조닝을 통해 백인 마을에 유색인종이 들어오는 것을 제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R1 지역에는 주로 소득수준이 높은 백인이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소득수준이 낮은 흑인과 아시아, 히스페닉 이민자들은 주택이나 빌라촌을 허물고 아파트가 올라가면서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역 분리로 인해 흑인과 아시아, 히스페닉 이민자들은 R1 지역에 거주하기 어려워졌습니다. R1 지역은 주로 도심 외각에 위치하며, 주택이 넓게 퍼져 있어 대중교통 노선 설정이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자차 출근율이 높아지고, 대중교통 발달이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R1 지역에는 상가는 물론 편의점조차 오픈할 수 없어, 주거자들은 자차를 이용하여 먼 도심까지 출퇴근을 해야 하며, 교통체증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특히, 교통체증 없는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백인들은 출퇴근을 꺼리며 재택근무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오피스빌딩의 공실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R1 지역의 대표적인 건물은 목조로 지어진 주택들입니다. 이러한 목조 건물은 경량이고 저렴한 재료로 건축되어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에 취약합니다. 또한, R1 지역에 레미콘 공장이 부족하여 레미콘 공급에도 제약이 있습니다. 레미콘은 주로 미리 섞은 콘크리트로, 건설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레미콘을 현장으로 운반하는데에는 시간이 중요합니다. 최대 90분 이내에 공급되어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 굳어버려 쓰지 못하게 됩니다.




서울의 레미콘 공급은 성수동에 있는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이 주로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공장은 서울 전체 레미콘의 약 40%를 공급하는 대규모 공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공장은 2022년까지 폐쇄되었고, 이로 인해 서울 내 레미콘 생산 능력이 크게 감소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성수 공장과 풍납 공장 등 소규모 공장들이 서울시의 레미콘 공급을 담당하고 있지만, 이들 공장도 향후 폐쇄될 예정입니다.




시멘트 가격 또한 급등하고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시멘트 가격은 75% 상승하였으며, 건설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철근 콘크리트로 건설되기 때문에, 시멘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 건설 비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는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는 신축 아파트가 높은 분양가로 인해 기존 아파트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성수동의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개발 중입니다. 주변 지역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K-팝 공연장, 문화공간 등으로 재생되고 있습니다. K-팝 공연장은 주로 K-팝 스타들의 팬미팅, 콘서트 등의 행사가 열리며, K-팝 문화를 전세계로 알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이 지역에 문화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주변 지역의 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레미콘과 시멘트 가격 상승은 아파트 건설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건설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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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8일 목요일

금융 시장의 새로운 전환: 금융투자법 시행과 개인 투자자의 선택 (ft. 이익 보는자는 누구?)

 금융 시장에서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금융투자법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법은 이미 22년에 발표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약 2년간 유효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금융투자법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라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법률이 변경되면 누군가는 이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법을 변경하려고 노력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미국에서는 로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로비가 불법적인 활동이므로 누가 이를 수행했는지를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22년도의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금융투자법이 도입되면 과세 대상이 15,000 명에서 15만 명으로 열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내 주식 투자자 사이의 관계가 변경될 것입니다. 현재는 대주주가 아니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세금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은 투자에서 확실한 부분입니다. 투자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지만 세금은 확실하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부자들은 세금을 절약하여 이익을 얻는 것을 선호합니다. 특히 퇴직연금(IRP)의 경우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어 세금을 절약하는 동시에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금융 시장 변화에 따라 부자들의 투자 전략도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를 들어, 금융투자법이 시행되면 5천만 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부자들은 국내 주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해외 주식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금융투자법 시행으로 인해 주식 거래의 세무적 측면도 변경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금의 원천 징수가 도입되면서 거래 시 세금이 미리 공제되고, 나중에 결손금이 있을 경우에만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로 인해 거래 시 불편함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증권사들의 역할도 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사는 사모 펀드를 통한 자금 유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단기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며, 증권사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데 노력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불리한 면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금융 시장의 변화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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