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에르츠 산맥에 위치한 은광의 채굴 과정에서 처음 발견된 검은 광물이 있었습니다. 이 광물이 나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은맥이 끊겨버려 더 이상 은을 캘 수 없게 되었고, 광부들은 이를 피치블렌드(Pech:재수 없는, Blende 광물)라고 불렀죠. 그리고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여겨졌기에 그냥 버렸습니다.
피치블렌드에서 발견된 이 신물질은 천왕성의 이름을 따서 우라늄이라고 명명되었습니다. 우라늄 석을 유리에 섞으면 예쁜 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버려지는 대신에 광부들에 의해 채굴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10년쯤 지나자 수백 명의 광부들이 폐가 망가지는 질병으로 사망하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당시 의학계는 이러한 질병의 원인이 광산 내부의 독성 가스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1898년 퀴리 부부가 강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물질인 폴로늄을 추출하는 데 성공하면서 그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폴로늄이란 이름은 퀴리 부인의 모국인 폴란드의 이름에서 따온 것 입니다. 퀴리 부인의 스승으로 알려진 앙리 베르켈도 퀴리 부부에게 선물 받은 피치블렌드를 가지고 다니다 종양으로 사망했으며, 퀴리 부인 역시 방사선 피폭으로 인한 골수암과 백혈병으로 숨졌습니다.
피치블렌드는 원자폭탄 제조에도 사용되었는데, 미국의 맨해튼 계획에 콩고 광산에서 캐낸 피치블렌드 34,200톤이 원료로 들어갔습니다. 2004년에는 1994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의장 아라파트가 회의 중 구토를 한 후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급히 프랑스로 이송되었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이 후, 시신 검시 과정에서 폴로늄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라파트는 평화주의자이자 온건파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 진영의 강경파들이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그의 시신에서 발견된 폴로늄 210은 매우 희귀한 물질로, 원전이 있는 나라에서나 만들 수 있습니다.
자연계에서도 폴로늄 210이 만들어지긴 하는데, 광물 상태의 인회석에 포함되어 있다가 이를 사용하여 만드는 인공비료를 통해 담배잎에 농축됩니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담배에는 폴로늄 210이 280~580밀리베크렐 정도 들어있습니다. 간접흡연으로도 폴로늄이 축적되죠.
담배 회사들은 1960년대부터 이를 알고 있었지만 "자연계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매년 1만 1천7백 명 정도가 담배에 포함된 폴로늄으로 인해 폐암에 걸린다고 합니다.
한편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먼지도 몸에 해로운 존재입니다. 호흡할 때 몸 안으로 들어오는 먼지는 콧물, 코털, 기관지의 섬모와 점액, 성대의 가래 등으로 걸러지지만, 이 방어가 실패하면 폐까지 도달해 폐렴과 폐암의 원인이 됩니다.
폐렴은 폐에 생긴 염증으로, 물이 차서 구역질과 심한 가래를 동반합니다. 폐에는 근육이 없고 횡격막의 운동으로 호흡하죠. 폐포 3억 개의 넓은 표면적 덕분에 건강할 때는 암에 걸리지 않지만, 담배 연기와 미세먼지로 인해 폐암이 발병합니다. 담배가 폐암 원인 1위이며, 대부분 수술이 힘들어 생존율이 낮습니다.
그래도 직간접 흡연과 미세먼지 노출을 줄이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입니다. 펜실베이니아주 로세토 마을 사람들이 장수하는 이유를 조사한 결과, 좋은 생활습관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없는 평온한 환경 덕분이었습니다.
의사 셀리에가 난소에서 추출한 물질을 쥐에게 주사하며 스트레스를 주었을 때,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에게서 궤양이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스트레스가 궤양의 원인임을 밝혀냈죠. 셀리에는 이후에도 쥐에게 온갖 스트레스를 주며 실험했고, 모든 쥐에게서 궤양이 발견되면서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결국 스트레스만큼 몸에 나쁜 것은 없습니다. 공기청정기를 놓고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평온한 마음가짐을 갖는 일입니다. 스트레스를 줄이면 심장병 발병 위험도 낮아집니다. 우리 모두 로세토 마을 사람들처럼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적인 정신적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건강에 관한 이야기, 특히 폴로늄과 스트레스의 위험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다소 산만한 내용이었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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