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8일 화요일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과 대만 독립 움직임의 충돌

https://www.yna.co.kr/view/AKR20240524066600009?input=1195m



 최근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며 대규모 군사훈련을 이틀째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중국의 행동 배경에는 복잡한 사건들이 얽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0년 6월 17일 아침, 일본 동북부 미야기현 일대에는 맑은 초여름 하늘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전 8시 20분경 센다이 위기관리실에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신고 내용인즉 하얀 구체 형상의 비행체가 센다이 시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는데, 이 비행체에는 하얀 풍선 아래로 십자 모양 구조물이 매달려 있고 그 구조물에는 2기의 프로펠러가 돌아가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괴비행체'는 미야기현 센다이 외에도 인근 야마가타현과 후쿠시마에서도 목격되었습니다. 

하지만 센다이 기상대에서는 비행체에 대해 '모르겠다'는 대답만 했고, 육상자위대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주일미군이 무엇인가를 띄운 것 아닐까", "혹시 북한 소행은 아닐까"하는 의문들이 퍼져나갔습니다. 결국 정체불명의 비행체는 태평양으로 사라졌고, 일본 정부는 '비행체의 소유자와 목적'에 대해서는 '불명'이라고 발표하는 것으로 그쳤습니다.

그런데 2023년 2월 3일, 일본에서 목격된 것과 똑같은 모양의 비행체가 미국 몬테나주에서 발견되면서 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몬테나주에는 미니트맨 ICBM 150여기가 배치된 미 공군기지가 있는데, 바로 이 기지 상공을 정체불명의 비행체가 지나간 것입니다. 결국 중국 측에서 이 비행체가 중국에서 출발한 민간 기상관측용 풍선이며, 통제 실패로 미국까지 날아갔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큰 풍선 크기와 핵심 시설 상공을 지나가는 궤적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단순한 기상관측용 풍선이라기에는 석연치 않았습니다. 결국 미국은 이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잔해를 수거했습니다.

중국의 이러한 행보가 궁극적으로는 대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이 정찰 풍선을 격추한 것을 빌미로, 대만 상공을 지나는 미국 비행체에 대한 공격 명분을 얻으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인 것입니다.



중국의 행보는 사실 대만 통일을 위한 빌드업 과정으로 보입니다. 지난 대만 총통선거 직전 한 달 동안 중국은 기상관측용 풍선이라고 해명했던 바로 그 정찰 풍선을 대만 상공으로 23회나 보냈습니다. 이는 과거 해명이 거짓말이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중국은 정찰 풍선뿐 아니라 군용기와 군함까지 동원해 대만을 포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만 총통선거 이틀 전에도 중국 군용기 15대와 군함 4척이 대만 영해와 방공식별구역을 통과했고, 하루에만 3개의 정찰 풍선이 대만 상공을 지나갔습니다. 이는 전쟁 위협을 통해 총선에 개입하려는 중국의 시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오히려 대만 국민의 반감만 샀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견제하려 했던 민진당 후보가 예상 외로 큰 표차로 승리를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 공산당은 "대만이 독립을 선언하면 무력 통일에 나서겠다"는 기존 공언의 전제 조건조차 삭제해 버렸습니다. 이제 중국은 대만의 독립 선언 여부와 상관없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무력 침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대만 통일을 중국 공산당 헌법에도 포함시키기로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027년 전에 이 대만 통일의 과제를 해결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4연임 기반을 다지려 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만 역시 중국의 위협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대만 무력 위협 배경에는 복잡한 역사적 맥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만은 원래 태평양 원주민인 오스트로네시아어족이 살았던 땅입니다. 처음 대만을 점령한 나라는 지팡구를 찾던 포르투갈이었고, 이후 네덜란드가 본격적인 식민지로 삼았습니다. 1642년 네덜란드가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이겨 대만 전체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던 중 1644년 명나라가 청나라에 의해 멸망하자, 명나라 잔존세력의 중심인 정지룡이 대만으로 건너왔습니다. 정지룡의 아들 정성공 역시 반청복명 운동을 벌이다가 1662년 네덜란드군을 정복하고 대만을 장악합니다. 정성공을 따라 많은 군인가족과 난민들이 대만으로 이주했는데, 이들을 '본성인'이라 불렀습니다. 

한편 1900년대에는 국민당 세력이 대만으로 들어와 '외성인'이 되었습니다. 당시 청나라는 대만을 중요하지 않은 곳으로 여겼고, 청일전쟁 패배 후에는 일본에 대만을 내주기까지 합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 역시 대만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결국 수천 년 중국 역사에서 대만을 직접 지배한 것은 청나라 211년이 전부입니다. 현 중국 공산당 정권은 한 번도 대만을 점령한 적이 없는 것입니다. 대만은 이런 이유로 중국과 하나라고 말하지 말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대만에 중국인들이 살고 있다는 점을 들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만은 민주진보당과 중국국민당의 양당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본성인들의 정당인 민주진보당이 106석 중 61석을 차지해 집권당이 되었고, 외성인들의 중국국민당이 38석을 차지했습니다. 민주진보당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며 "원래 대만은 중국과 무관하다"는 입장인 반면, 중국국민당은 "언젠가 다시 중국을 통일할 것"이라며 하나의 중국을 지지합니다.

현 대만 총통인 차이잉원도 민주진보당 소속으로, 2016년 이후 집권하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과 과거 싸웠던 중국국민당을 밀어주며 대만 문제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통일을 주장하는 국민당 정권 시절보다는 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 정권 때 마찰이 많았습니다. 

민주진보당은 공공연한 독립 주장은 자제하고 있지만, 대만 여권에 'Taiwan'이라는 이름 표기 등 점진적인 독립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홍콩 사태로 중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대만 국민들 사이에서도 중국과의 통일 지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중국은 최근 징병법을 개정해 퇴역군인 재입대와 고학력자 징병 연령 확대 등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대만에서는 이를 전쟁 준비 조치로 경계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만은 중국의 지속적인 군사적 위협 속에서 총통 선거를 치렀습니다.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야권 단일화가 실패하면서 3자 구도에서 민주진보당 후보 라이칭더가 당선되었습니다. 

중국은 민주진보당의 재집권을 극도로 꺼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가 한층 높아질 전망입니다. 반면 미국 측에서는 대만이 중국에 흡수되는 것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기존 강경한 반중·독립노선을 그대로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대만은 주권국가이며 중국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총통 당선 후에도 "대만을 제2의 홍콩이나 티베트로 만들 수 없다"며 독립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만 총통선거로 인해 대만 문제가 중국의 최고 핵심이익과 직결되게 되었습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게 대만은 시진핑 주석이 내세운 '중국몽' 실현의 마지막 과제로 남게 된 것입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1200/article/6600986_36486.html



라이칭더 신임 총통은 친일파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는 수시로 일본을 방문해 대만-일본 연대를 강조하고, 일본 정계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 측은 대만이 미국, 일본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려 한다고 우려하며, 총선 결과에 대해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5월 20일 라이칭더 취임식 이후 중국은 본격적인 경고와 압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편 이번 선거를 통해 젊은 층의 지지가 민진당에서 민중당으로 상당수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통은 민진당 소속 라이칭더가 당선되었지만,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구도가 되면서 민중당이 8석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었습니다. 민중당의 커원저 대표는 예상을 뛰어넘는 26.5%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그는 높은 집값, 저임금, 저출산 등 청년 문제에 정책을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젊은 층 투표율이 높아 민중당의 약진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국회에서 민중당이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며 영향력을 발휘할 전망입니다. 

요컨대 민진당이 총통선거에서 이겼지만 국회에서는 여소야대 구도가 되었습니다. 중국은 라이칭더가 미국,일본과 연합해 대만 독립을 추구할 것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시진핑 주석은 4연임을 위해 대만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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