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9년, 중국 쓰촨성에서 프랑스 선교사 다비드가 사냥꾼에게 판다 가죽을 선물받으며 판다가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판다의 색다른 생김새가 주목을 끌자 영국과 미국의 많은 사냥꾼들이 판다를 사냥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판다가 사냥되었고,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두 아들도 판다를 사냥하고 기념사진을 남길 정도였습니다. 판다의 모피는 일본과 홍콩 등 암시장에서 엄청난 가격에 거래되었고, 밀렵꾼들이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40년 전 거래가는 4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판다 보호구역을 만들고, 판다 밀렵꾼들에게 종신형까지 선고하며 강하게 대응하자 밀렵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판다를 외교에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1972년,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 간의 미중 수교가 이루어졌을 때, 마오쩌둥은 판다 두 마리를 미국에 선물했습니다. 워싱턴 동물원에서 판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중국은 9개국에 판다 24마리를 선물하면서 판다 외교가 시작되었습니다.
1984년, 덩샤오핑은 판다를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판다를 무상으로 선물하는 대신, 월 5만 달러를 받고 임대하는 방식을 지시했습니다. 명분은 그럴듯했지만, 해외에 선물한 판다가 번식해서 흔해지는 것을 막는 목적이었습니다. 1992년 8월, 한국도 중국과 수교를 맺었고, 중국은 한중 수교 2주년을 기념해서 판다 한 쌍을 한국에 보냈습니다. 2016년에도 중국은 한중 친선을 도모한다며 판다 암수 한 쌍을 추가로 보냈고, 2020년 7월 한국에서 푸바오가 태어났습니다.
푸바오는 만 4세가 되는 2024년 7월까지 중국으로 반환해야 해서, 2024년 4월 중국으로 보내질 예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푸바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지만, "자손은 보낼 수 있지만 귀환한 판다는 다시 그 나라로 보내지 않는다"라는 원칙 때문에 복귀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사례를 보면, 푸바오의 자손이 한국에 다시 보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정도입니다.
전 세계에 판다는 약 2,500마리 정도 있으며, 야생 판다는 1,800마리가 남아 있습니다. 중국은 판다를 외교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판다가 자연 상태에서 살고 있는 판다 보호구역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쓰촨성 일대에 묻힌 인광석 개발을 위해 판다 보호구역이 축소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인광석이라는 자원이 판다보다 더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원소 번호 15번인 인(Phosphorus)은 식물 성장에 꼭 필요한 성분으로 농업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인 비료로 사용됩니다. 그러나 인은 강과 호수, 바다로 유입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 농경지에 뿌린 인 비료의 34%가 빗물 등에 씻겨 강과 호수, 바다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인 성분이 하천과 호수 등에 들어가면 간 독성을 가진 독소를 생성하는 남세균 등의 녹조를 성장시키고, 바다에 들어간 인은 수온이 올라가면 적조 등 식물플랑크톤의 대발생을 일으킵니다. 식물플랑크톤이 죽어서 분해되며 산소를 소모하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먹고 살아가는 물고기 등이 살 수 없는 데드존이 생기게 됩니다.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면 강에 녹조가 생기고, 바다에서 양식하는 어류의 폐사 관련 기사가 한 번씩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은 인 배출이 많은 국가입니다. 붉은색에 가까울수록 인이 많은 지역인데, 한국도 검붉은 빛의 국가에 속합니다. 농업 생산에 사용된 비료 성분 중 작물에 흡수되지 못하고 유출되는 비료 성분을 양분 수지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양분수지는 헥타르당 질소가 212kg으로 세계 1위이고, 인은 46kg으로 세계 2위 수준입니다. 좁은 땅에 비료를 많이 사용해서 최대한 많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인은 비료로 사용되는 정도지만, 모로코에서는 인이 경제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19세기 아프리카는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확보 전쟁터였습니다. 1884년, 포르투갈의 중재로 유럽 열강들이 베를린에 모여 아프리카 나눠먹기 회담을 시작했습니다. 열강들 간 협상을 거쳐 최종 합의안이 나왔는데,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분포를 무시하고 직선으로 국경을 그어버린 것입니다. 스페인은 베를린 회담에서 서사하라 지역을 분배받았고, 군대를 보내서 점령하게 되었습니다. 서사하라 지역에는 원주민인 사흐라위 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스페인은 사흐라위 부족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고, 사흐라위 부족 주도로 서사하라 독립 무장단체인 폴리사리오 전선이 만들어졌습니다.
스페인에서 독립한 모로코가 해당 지역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서사하라의 천연자원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에 산소 분자가 결합한 것이 인산염으로, 인산 비료의 원료가 됩니다. 인산염이 없으면 세계의 곡물 생산량이 반 토막이 날 것으로 보고 있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질소비료는 전기만 있으면 공기 중의 질소로 만들 수 있지만, 인산염은 천연 인광석으로 만드는 한정적인 자원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인광석 매장량은 약 720억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500억 톤 이상이 모로코와 서사하라 해안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모로코의 상위 10대 수출 품목 중 1위가 비료, 5위가 인산, 8위가 인산염일 정도로 모로코는 인광석으로 돌아가는 나라입니다. 인광석 가격이 올라가면서 모로코 경제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인광석 매장지 대부분이 서사하라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광석은 동물의 똥이 오랜 시간 축적되어 만들어지는 광물질로, 이것을 조금 섞으면 농사가 두 배 이상 잘 되는 마법의 돌가루입니다. 잉카제국이 척박한 돌산에서도 농사를 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비밀도 인광석을 농사에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광석은 똥이 수천 년간 쌓여서 화학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채굴도 땅을 파내려 가면 되는 쉬운 작업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인광석의 문제는 부존량에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세계 인광석 매장량 720억 톤 중 중국에는 19억 톤이 있습니다. 중국의 인광석 매장량은 19억 톤 정도인데, 전 세계 인광석의 54%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2022년 중국의 인광석 생산량은 1억 2천만 톤이었으며, 이 중 71%는 비료 생산에 쓰였지만, 배터리에 인광석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 문제입니다. 중국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리튬 인산철(LFP) 배터리의 인산이 그 예입니다. 1GWh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생산하려면 2,500톤 정도의 리튬인산철 양극재가 필요하고, 1톤의 리튬인산철 양극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4.3톤의 인광석이 필요합니다.
중국산 인광석은 19% 정도밖에 함량이 나오지 않는 저품위 인광석이라 모로코보다 훨씬 많은 인광석을 채굴해야 비슷한 양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 인광석의 절반 이상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지만, 19억 톤 중 1억 톤 이상을 매년 캐내고 있어 한계에 곧 도달할 상황입니다. 인광석 고갈 위험을 느낀 중국은 2017년부터 자국 내 광산의 인광석 채굴량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대신, 중국은 500억 톤의 인광석이 매장되어 있는 모로코에서 생산을 늘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모로코에서 인광석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LFP 배터리 공장을 모로코에 건설하고 있습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인산염이 2026년부터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LFP 배터리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인산염 고갈 속도가 빨라져, 완성차·배터리 업계의 타격이 우려됩니다. 포춘지는 LFP 배터리 시장이 2021년 100억 달러에서 2028년 50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중국은 2천만 톤 내외의 인산염을 LFP 배터리에 쓰고 있는데, 2028년에는 LFP 배터리에 1억 톤의 인광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광석 매장량이 19억 톤인데 매년 2억 톤이 필요하다면 자원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인산염을 정제하면 10% 정도의 PPA(정제 인산)가 나옵니다. PPA의 90%는 비료와 사료, 세제, 제약 등으로 활용되고, 배터리에는 10%가 쓰이지만, LFP 배터리 사용이 늘어나면서 빠르게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2026년부터 PPA 공급난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인산으로 만드는 인산암모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것은 2026년부터 일어날 공급 부족 사태를 대비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인산암모늄은 암모니아가 인산과 반응할 때 생성되고, 인산은 인광석과 황산을 결합해서 만드니 결국 인광석 부족이 문제입니다.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3원계 배터리 위주로 발전해 왔습니다. 3원계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 니켈 등의 가격이 비싸다 보니, 3원계 배터리 위주로 재활용 시장이 만들어졌습니다. LFP 배터리는 인산과 철이 싼 광물이라 재활용을 했을 때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본 것입니다. LFP 배터리의 kWh당 금속 가치는 45달러로 NCM(811) 68달러, NCA(니켈, 코발트, 알루미늄) 71달러와 차이가 많이 납니다.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의 가격이 재활용에 투입되는 비용보다 적으면 사업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LFP 배터리는 추출한 광물의 가격이 비용보다 적다 보니, 중국은 LFP 배터리를 재활용하지 않고 매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30년 411만 대에서 2040년 4,227만 대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성능이 80% 밑으로 떨어지면 전기차에 사용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전기차용으로 쓸 수 없게 된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로 재사용되고, ESS로도 기능을 할 수 없게 되면 재활용 대상이 됩니다. 재활용은 해체, 분쇄, 열처리를 거쳐 분말을 만드는 전처리 공정과 분말을 제련해서 원료별로 추출하는 후처리 공정으로 나뉩니다.
재활용 성공의 관건은 회수율입니다. 공정을 한 번 돌렸을 때 50%를 회수한다면, 나머지 50%로 공정을 다시 돌리면 25%가 추가로 회수되는 식입니다. 공정을 돌릴 때마다 비용이 추가되니, 공정을 여러 번 돌리지 않고 한 번의 공정으로 90% 이상을 회수한다면 경제성이 있습니다. LFP 배터리에서 잔존 가치 비중이 가장 큰 광물은 리튬입니다. 리튬 가격이 kg당 150위안(27,700원)을 넘기면 LFP 배터리 재활용의 수익성이 나오는 단계가 됩니다. 지금은 리튬 가격이 많이 낮아졌지만, 작년 6월 kg당 300위안이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회수율을 조금 더 높이면 재활용의 경제성이 나올 것입니다.
인광석도 매장량이 줄어들며 잔존 가치가 오르고 있어, 리튬뿐만 아니라 인도 LFP 배터리 재활용의 경제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LFP 배터리는 재활용 가치가 없다는 기존 인식을 바꿔야 할 것입니다. 회수율이 올라가고, 인까지 재활용 가치가 있는 자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92%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인산염도 미리미리 공급선을 다변화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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