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5일 금요일

이기적 세상에서 살아남기: 팃 포 탯의 교훈

 오늘은 게임이론의 꽃 "팃 포 탯"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944년, 폰 노이만과 모르겐슈테른은 "게임 이론과 경제적 행동"이라는 책을 저술했습니다. 이 책은 사람이 이기적이며, 손해와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게임이론의 이론적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게임이론은 처음에 군사학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가치가 인정되며 정치, 경제, 경영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게임이론의 기본 전제는 어떤 행동의 결과가 나의 행동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과는 상대의 대응에 따라 달라지므로, 상대가 어떤 대응을 할 때 나의 이익을 최대화하는 행동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기법들이 개발되면서 이들 간의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1980년, 미국인 로버트 액설로드는 컴퓨터를 활용한 게임이론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대회는 서로 다른 전략으로 200회의 양자택일을 진행하고,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프로그램이 승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게임룰은 단순했습니다. 양쪽이 협력할 경우 각 3점, 한쪽이 협력하고 다른 쪽이 배신하면 협력한 쪽은 0점, 배신한 쪽은 5점, 양쪽이 배신할 경우 둘 다에게 1점이 주어지는 규칙이었습니다.


60여 개의 프로그램이 경쟁하는 가운데,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전략은 무조건 상대방에게 협력하는 것이었습니다. 둘이 협력하면 둘 다 3점씩을 받아 200회를 협력하면 600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배신을 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무조건 협력하는 전략은 상대방이 배신할 경우 0점을 받으며, 배신하는 상대방은 5점을 가져갑니다. 이로 인해 협력만 하면 호구가 됩니다.



1위를 차지한 전략은 토론토 대학교의 라파포트 교수가 선보인 '팃 포 탯'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팃 포 탯(tit for tat)은 상대가 치면 나도 친다는 뜻입니다. 처음에는 협력으로 시작하고, 상대방이 배신하면 즉시 보복하며, 상대가 화해를 요청하면 다시 협력하는 전략입니다. 상대방이 배신할 경우 즉시 보복하여 1점씩 받으며, 상대방이 협력하면 다시 협력하여 3점을 얻는 방식입니다. 팃 포 탯의 핵심은 상대방이 화해를 제안하면 뒤끝 없이 다시 협력하는 것입니다.



팃 포 탯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처음에는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최대한 협력합니다. 둘째, 상대가 배신하면 즉시 보복합니다. 셋째, 내가 보복한 후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고 화해를 요청하면 다시 협력합니다. 이 이론의 중요한 점은 내가 괴로운 만큼 상대방을 괴롭히는 것입니다.


팃 포 탯 이론은 미국 등 강대국들의 기본적인 외교 방안이 되고 있습니다. 무조건 잘해주고 상대방이 피해를 줘도 웃고 넘어가면 좋은 사람이 아니라 호구가 됩니다. 내가 먼저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힐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이 고의적으로 피해를 입히면 확실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고 나오면 전처럼 대해주면 됩니다. 물론 마음은 전과 다르겠지만, 겉으로는 전과 같이 대해주면 됩니다.



팃 포 탯 이론에는 한계도 있습니다. 국가 간 외교는 상대방 국가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이어집니다. 좁은 바닥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치는 관계에서는 "다음번에 두고보자"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한 번 보고 안 봐도 되는 관계들이 있습니다. 이 경우 먼저 이익을 챙기고 관계를 끊는 배신자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현실세계에서 나쁜 사람들이 잘 사는 이유입니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어려울 때는 동업이 깨지지 않습니다. 어려울 때는 동업을 깨봐야 얻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동업은 성공했을 때 주로 깨집니다. 하이브와 어도어 사태를 게임이론으로 보면, 뉴진스가 너무 성공한 것이 문제의 발단입니다. 불만은 나눠 먹을 것이 있을 때 싹트기 시작합니다. 공평하게 1/N으로 나눈다고 사람들이 공평하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기여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이기적이며, 무작정 잘해주면 고마워하기보다 호구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의 호의에 기대지 않고 꼼꼼하게 계약을 점검하는 것이 좋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이기적이고 손해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유형은 현실세계에서 많이 보입니다. 착하기만 하면 호구가 되는 세상에서, 좋은 관계는 내가 잘해줘서가 아니라 계약서가 꼼꼼할 때 오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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