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17일 수요일

일본 부동산과 다사 사회: 새로운 투자 기회

 일본 부동산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일본 부동산은 오랫동안 가격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가격이 오르지 않다 보니, 부동산 구입 목적도 시세차익보다는 합법적인 절세가 대부분입니다. 일본은 건물에 대한 감가상각 경비 처리가 가능한 나라로, 오래된 주택을 싸게 사서 오래 보유하면 건물에 대해 감가상각 비용 처리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목조주택을 1천만 엔에 구입했다면, 건물 가치를 300만 엔으로 잡아 5년 동안 감가상각 경비 처리를 할 수 있습니다. 매년 60만 엔씩 5년간 세액 공제를 받게 되면, 노후 단독주택 구입이 절세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고소득자들은 노후 주택을 여러 채 구매해서 5년 동안 절세 효과를 얻은 후 팔고, 다른 노후 주택을 구입하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일본은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가 없어 이러한 절세 방법이 가능합니다.



5년을 보유하는 이유는 감가상각을 최대한 누리는 효과가 크지만, 양도소득세도 영향을 미칩니다. 5년 미만 보유 시 양도소득세가 40%인데, 5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가 절반으로 줄어들어 5년 단위로 주택을 보유하는 루틴이 돌아갑니다. 고소득층은 소득세 절세 목적으로 노후 목조주택을 선호하지만, 노년층은 타워맨션을 선호합니다.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해가 심한 나라로, 건물 높이 45m 이상부터는 내진 설계 수준을 넘어서 바닥에 고무판을 깔아 지진 충격을 흡수하는 면진 설계를 합니다. 고층 공동주택을 타워맨션이라고 부르며, 일반 아파트와 차이를 두는 이유입니다. 타워맨션은 지하에 지진을 견디는 안전시설이 강화되어 건축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물입니다.



타워맨션은 건축 비용은 많이 들어가지만, 고층이라 대지 지분이 작고, 건물 가격이 시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입니다. 일본의 연령별 재산과 부채를 비교해 보면, 40대부터 부채와 자산이 비슷하다가 50대부터 자산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60대를 넘어가면 자산 위주로 재산이 구성됩니다. 일본은 노인들이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이로 인해 상속세를 절감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일본도 한국보다는 낮지만, 상속세율이 높은 나라입니다. 일본의 세법은 토지는 자산 가치가 유지되지만, 건물은 감가상각으로 평가가 계속 낮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타워맨션은 토지 지분이 작고, 건물 가격이 시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 보니 상속세 평가액이 낮게 잡히게 됩니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타워맨션의 경우 세법상 가격이 평균 시가의 30% 정도로 나옵니다. 1억 엔짜리 타워맨션을 구입해서 상속을 하면, 구입 가격은 1억 엔이지만 3천만 엔으로 평가되어 상속세를 내면 됩니다.



이러한 절세 목적 때문에 일본의 부동산은 가격 상승보다는 절세 수단으로 가치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의 엔화 가치가 낮아지고, 부동산 가치가 장기간 하락하자 도쿄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가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의 저금리도 부동산 매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담보대출의 평균 금리가 고정금리는 1% 초반, 변동금리는 0% 대입니다. 해외 자금이 부동산 쇼핑에 나서자 도쿄의 신축 타워맨션 가격이 1년에 60%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도쿄 도심의 70m² 신축 타워맨션이 11억 원 정도로 한국의 서울과 큰 차이가 없기도 합니다.



모든 일본 부동산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도 오피스는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2019년 도쿄의 사무실 공실률은 1.6%였지만, 2023년 공실률은 6.2%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일본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임대료가 비싼 도쿄에서 저렴한 인근 시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일본 전체가 아니라 도쿄, 오사카 등에 국한되고, 도쿄, 오사카도 공실률이 높은 오피스빌딩은 가격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주택도 도쿄, 오사카를 제외하면 노령화와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며 장기간 방치된 빈집 문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도 도쿄와 오사카에 집중되고 있고,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0% 가까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것이 투자 규모 증가의 이유입니다. 일본 거주 외국인 증가는 외국인에게 발행하는 비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일본은 부동산에 4만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사업체의 직원이 2명 이상이면 비자를 내주고 있습니다. 배우자 등 가족을 직원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투자 비자를 받는 사람이 연간 1만 6천 명 정도 됩니다.


투자 금액이 미국의 80만 달러, 싱가포르 185만 달러에 비해 4만 달러로 크게 낮아 이민을 하는 중국인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이민자의 국가별 정착 현황을 보면 일본이 4위이며, 한국은 3위입니다. 정식 이민이 아니더라도 일본에 장기 체류하는 중국인만 80만 명에 이릅니다. 엔저로 인해 가격이 싸 보이고, 치안 등 거주 환경도 괜찮아 일본 부동산 구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부동산에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금과 비용을 잘 봐야 합니다. 부동산을 구입할 때 취득세가 고정자산평가액의 4%가 붙습니다. 고정자산평가액은 부동산을 땅값과 건물값으로 나누어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가격이 점점 낮아지는 것을 반영해 최종 평가액을 결정하니, 오래된 건물의 평가액은 낮게 잡힙니다. 보통 시세의 60~70%가 고정자산평가액이 되고, 여기에 4%가 취득세 세율로 적용됩니다. 한국의 재산세와 비슷한 보유세도 매년 고정자산평가액의 1.4%를 납부합니다. 한국과 달리 등기부등본에 소유자로 올리기 위한 등록 면허세도 추가로 있어, 고정자산평가액의 2%를 매수 시점에 내야 합니다. 이외에도 몇십만 원 정도의 인지세가 추가되고, 법무사 수수료 등이 들어갑니다. 매도 시 시세차익이 있으면 한국처럼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5년 이내 보유는 양도소득세가 40%까지 나와서, 시세차익을 누리려면 5년 이상 보유해야 합니다.


중개 수수료도 유의해야 합니다. 한국의 중개 수수료는 1%가 되지 않고, 매매 금액이 커지면 할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의 중개 수수료는 (3%+6만 엔)에 소비세 10%가 추가됩니다. 한국 중개 수수료의 6~7배 정도가 나오며, 금액이 커도 할인이 거의 없습니다. 20억 원에 집을 매매할 경우, 중개사는 매도인과 매수인에게 각각 6,655만 원을 중개 수수료로 받습니다. 똘똘한 1건만 중개해도 양측에서 수수료를 받으면 1년을 먹고살 수 있어서, 편의점보다 부동산 중개소가 많은 이유입니다.



최근 중국인들의 일본 부동산 구입 트렌드는 개인 소유의 절이나 신사입니다. 일본에서는 개인이 절이나 신사를 소유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처럼 조계종 등 종단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개인 소유 부동산에 절이나 신사를 만들어 소속 없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이나 신사의 소유자 겸 주지 스님은 노령으로 종교 활동이 힘들어졌고, 절을 이어받아 운영할 후계자가 없어서 매물로 나옵니다.


종교법인을 소유하면 몇 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종교 수익은 비과세이고, 종교시설에는 고정 자산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주차장 등 종교 활동 이외의 수익도 세율 우대를 받습니다. 10년 이상 보유한 후 매각하면, 양도소득세가 비과세인 점도 장점입니다. 일본의 개인 소유 신사나 절은 종교인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나 매입이 가능합니다. 일본의 절이나 신사는 경내에 묘지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이나 신사의 가치는 건물보다 추가로 묘지를 쓸 수 있는 빈자리가 많은지에 따라 좌우됩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의 다음 단계인 다사 사회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다사는 사망자가 많아지는 사회로, 장례나 법요(고인의 명복을 비는 불교 의식) 수요가 많아지고 사업이 커지고 있습니다. 종교가 없더라도 절이나 신사 운영이 가능한 것도 장점입니다. 절이나 신사를 구입하면 스님은 파견 업체를 통해서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파견 스님의 급여가 월 20만 엔 정도로 높지 않습니다. 법요 시주로 건당 3~5만 엔을 받으며, 한 달에 6~7건만 법요가 생기면 파견 스님의 고정비를 충당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소득이 부족하면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재팬에서 장례 업체와 제휴해 '스님 배달' 사업을 하고 있어, 건수가 생기면 법요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절이나 신사를 구입해서 종교법인 대표가 되면 일본으로 귀화 신청이 쉽게 나는 것도 장점입니다. 한국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다음 단계인 다사 사회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세금이나 비용이 부담스러운 일본 부동산 자체보다는 다사 사회로 나아갈 때 뜨는 사업을 미리 공부할 수 있는 교재가 될 듯합니다. 일본 부동산 투자는 각종 세금과 중개 수수료 등이 많아서, 비용을 잘 보고 들어가야 합니다. 한국은 노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으며, 노령화뿐만 아니라 다사 사회에 뜨는 사업까지 공부할 때가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다른 포스팅들:

서울 부동산 시장의 변화 - 레미콘 공장 폐쇄와 그 영향

글로벌 경제 무대와 금 가격 변동: 터키와 이집트의 독특한 영향

중국의 경제성장 대안 모색, 내수와 증시 부양이 답일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