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역주행 사고 이후, 고령자 교통사고에 대한 기사가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고령자 운전이 정말 문제인지,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보통, 65세 이상 운전자를 고령 운전자라고 보고 있습니다. 2023년 말 서울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이 64.6세로, 서울 개인택시 기사 중 50.3%가 고령 운전자입니다. 전국의 고령 택시기사는 10만7371명으로 전체 택시기사 23만5976명의 45%에 달합니다. 젊은 택시기사들이 소득이 높은 택배나 배달업으로 이동하면서, 택시기사들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습니다. 화물차나 버스 등 상용차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2019년에 65세 이상인 화물차 기사는 3만4630명이었는데, 2023년에는 7만7215명으로 65% 증가했습니다. 택시, 버스, 화물차 등에서 고령 운전자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민 전체로 봐도 고령 운전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59만 명이고, 이 중 498만 명(47%)이 운전면허를 소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40년이 되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1724만 명까지 늘어나고, 이 중 1316만 명(76%)이 운전면허 소지자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고령 인구 중 면허 소지자의 비율도 47%에서 76%로 계속 늘어나는 것입니다.
고령일 경우, 운전을 조심스럽게 하기 때문에 큰 사고가 적게 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1년 연령별 교통사고를 보면, 20세 미만 미성년자의 사고율이 가장 높았고(1만 명당 120명), 65세 이상 고령자가 그 다음으로 높은 사고율(1만 명당 79명)을 보였습니다. 사망사고의 경우, 평균적으로 1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0.9명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자는 1만 명당 1.8명이 사망합니다. 30대와 비교하면, 30대는 30,304건의 교통사고에서 350명이 사망하지만, 65세 이상의 경우 31,841건의 교통사고에서 709명이 사망하는 결과가 나옵니다. 사고율도 높지만, 사고 발생 시 본인 및 사고 피해자 사망률도 고령자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2종 면허를 기준으로 65세 이상은 5년, 75세 이상은 3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면허 갱신을 하려면, 74세까지는 적성검사만 하면 되고, 75세 이상은 인지능력 검사가 추가됩니다. 인지능력 검사는 컴퓨터를 이용해 기억력과 주의력 등을 측정하는 간단한 검사입니다. 한국은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실제 운전능력을 재평가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고령자에 대해 관리가 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70세 이상 운전자는 주행시험을 거쳐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운전면허 재심사 시 도로주행검사는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고, 운전능력에 따라 한정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한정면허는 운전자의 능력에 따라 거주 지역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범위 제한과 야간 운전 등의 운전 가능 시간을 제한합니다. 75세부터는 4년, 81세부터는 2년, 87세 이상은 매년 재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교통사고나 운전법규 위반 벌점이 있는 75세 이상은 실제 차량을 운전하는 운전기능검사를 추가로 받게 되어 있습니다. 고령자에 대해서는 비상제동장치 등 추가 안전장치가 탑재된 차량만 운전이 가능한 한정면허를 발급합니다. 호주에서는 75세 이상자는 매년 의료평가 및 운전실기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운전실기평가를 받기 싫으면 거주 지역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한 한정면허를 대신 받을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도 고령자의 면허 갱신 시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를 필수로 요구합니다.
운전면허제도의 보편적인 원칙은 운전능력에 따른 차등을 허용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1종, 2종, 오토와 보통, 대형과 소형 등 운전능력에 따라 차등 면허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고령자에게 꼼꼼하게 운전능력을 검사하고, 필요하면 운전범위가 제한된 차등면허를 운용하는 것은 고령자 차별이 아닐 것입니다. 운전은 본인만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동승자와 통행자를 모두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행위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자 취업자는 2021년 262만 명에서 2026년 323만 명으로 늘어나고, 이 추세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고령자의 운전을 피할 수 없다면, 운전능력에 따른 차등을 강화하는 것은 수용해야 할 것입니다. 자율주행차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율이 높고, 교통사고 시 심각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사람의 건강 상태를 보면 75세를 넘어가면서 한 단계 몸 상태가 나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65세 이상을 전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65-74세와 75세 이상을 나누어 보면 좋을 듯합니다. 다른 나라처럼 75세 이상 초고령 운전자에 대해서는 좀 더 꼼꼼한 운전능력 확인과 추가 안전장치 부착 차량에 대한 운전 허용 등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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