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1일 목요일

벤츠의 내연기관 시대 연장과 전기차 확산의 우여곡절

  2019년 벤츠는 내연기관 시대의 종말을 공식적으로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불과 3년 만인 2024년 2월, 벤츠는 입장을 급선회했습니다. 전기차 계획을 5년이나 늦추고 2027년에도 내연기관 신차를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2030년으로 미뤄졌습니다. 이처럼 벤츠가 전기차 전환을 지체시킨 데에는 '캐즘의 덫'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새로운 기술이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큰 장벽인 캐즘을 전기차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맥락에서 보면 EU의 정치지형 변화도 벤츠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EU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유럽의회에서는 현재 친환경 성향 교섭단체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 6월 선거에서 이들 교섭단체가 37석이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극우·보수 성향 교섭단체는 30석 이상 늘어날 전망입니다. 최근 EU 회원국 총선에서도 우파 정당들이 연이어 승리를 거뒀습니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수출길이 막히자 EU 농민들의 반발이 극에 달했습니다. 우크라이나 곡물에 면세 혜택이 주어지면서 EU 농산물 가격이 곤두박칠 처지에 내몰린 것입니다. 결국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 끝에 우크라이나 곡물은 EU를 경유하지 않기로 했지만, EU 농민들의 불만 고조로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이 우파 정당 지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기업들은 EU의 정치 무게추가 좌파에서 우파로 기울어질 것을 예상하고 전략을 수정 중입니다. 벤츠 역시 이 같은 정치·경제적 환경 변화를 고려해 내연기관 계획을 연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차전지 업계에서는 ESS 수요 증가로 전기차 배터리 부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배터리 의존도가 높아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친환경 정책이 축소되거나 폐기될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이처럼 전기차 시대로의 이행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치·경제 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업들은 전략을 재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우여곡절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전기차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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