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초콜릿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코코아 가격이 왜 이렇게 급등했는지 원인을 차근차근 분석해 보겠습니다.
코코아는 카카오 열매의 씨앗인 카카오콩을 압착하고 분쇄해서 가공한 것입니다. 카카오는 따뜻한 기온에 비가 일년 내내 꾸준히 내리고, 고지대가 아닌 해발고도 300미터 이하 지역에서 제대로 성장하는 나무입니다. 적도 정글 지역에 특화된 나무라고 할 수 있죠.
카카오 나무 뿌리에서 토양 독성을 내뿜기 때문에, 한 곳에 밀집해서 농사를 지으면 스스로 내뿜은 독성에 해를 입게 됩니다. 따라서 카카오는 수시로 비가 내리는 열대 우림 정글에 적합한 작물이 되었습니다.
원산지가 남미였지만, 현재 아프리카 평원 지역이 카카오의 주력 생산지가 된 이유입니다. 카카오콩 생산 국가별 비중을 보면 아프리카가 75%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코트디부아르가 44%로 단연 최대 생산국입니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안정적이었던 카카오 가격이 최근 급등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엘니뇨 현상 때문입니다.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면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 생깁니다. 대항해 시대에 배들은 이 바람을 이용해 큰 바다를 건넜죠. 이렇게 동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무역풍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무역풍이 태평양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면, 바람에 밀린 바닷물 자리로 바다 바닥의 차가운 해수가 올라옵니다. 이때 영양분도 함께 올라와 풍부한 어장이 형성되는 것이죠.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역풍이 약해지는 엘니뇨가 오면, 바다 바닥의 차가운 해수가 적게 올라와 수온이 올라갑니다.
이럴 경우 에콰도르 어부들이 크리스마스에 고기가 별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엘니뇨(스페인어로 '아기 예수') 명칭이 유래했습니다. 바다 위쪽에 영양분이 적으면 고기들이 올라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 지역마다 다른 영향을 미치는데, 인도·파키스탄·태국·라오스·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폭염을 일으킵니다. 작년에 태국은 45.4℃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고, 미얀마 44℃, 라오스 42.7℃ 등 동남아가 열대 밤을 보냈습니다.
반면 엘니뇨는 중남미와 호주에는 극심한 가뭄을, 페루와 칠레 등 남미 연안 지역에는 겨울 폭우를 안겨줍니다. 중남미의 가뭄은 파나마 운하 물 부족까지 야기해 국제 물류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엘니뇨가 오면 곡물 가격도 들쭉날쭉합니다.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미국 중부 지역에는 습한 기후가 조성되어 옥수수 풍작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미국 북부와 호주 등 주요 밀 생산지에는 건조한 겨울이 닥치면서 밀 생산량이 줄어듭니다. 이렇게 엘니뇨 기간에는 옥수수 가격 하락, 밀 가격 상승이 일어나곤 합니다.
엘니뇨로 인한 가뭄은 카카오가 75% 생산되는 서아프리카, 특히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지역에도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연중 꾸준한 비를 필요로 하는 카카오 숲에 가뭄이 들면 카카오 열매가 제대로 영글지 못하는 것이죠. 이에 더해 노화된 카카오 나무가 많아 흑점병 피해까지 겹쳐 코코아 공급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에서는 카카오 유통 권리가 국유화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저임금 노동력을 동원해 강제로 카카오콩을 수매하고 있는 것이죠. 수천원의 일당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카카오 나무에서 열매를 따고, 이를 천원도 안 되는 급여를 받는 여성과 아이들이 주워 담습니다. 이렇게 싼 값에 수매한 카카오콩을 가공해 코코아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주변국의 내전과 인종 갈등으로 코트디부아르로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값싼 노동력 수급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에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카카오 농업을 장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반 농가당 200평 정도 빌린 땅에 25그루 안팎의 카카오 나무를 심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하지만 카카오 나무는 심은 지 25년이 지나면 열매도 적어지고 병충해에도 취약해집니다. 새 나무를 심으려면 5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 사이 소득이 전무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노화된 카카오 나무가 많은 서아프리카에서 카카오콩 부패병인 흑점병이 창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엘니뇨와 흑점병 등으로 코코아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최근 코코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상황이 반전될 전망입니다.
올해 여름에는 엘니뇨가 물러가고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뜻하며,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지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무역풍이 강해지면 바다 바닥의 차가운 해수가 많이 올라와 태평양 수온이 하강합니다.
라니냐가 여름에 발생하면 중국 곡창지대에는 홍수가, 남미 지역에는 가뭄이 덮칩니다. 또한 멕시코만 일대에서는 허리케인 발생 빈도가 높아지죠. 미국 기상청은 올해 6월부터 라니냐가 시작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런가 하면 겨울에 라니냐는 북반구 지역에 강추위를 몰고와 난방 수요를 자극, 천연가스 가격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듯 라니냐는 어획량 증가와 반대로 곡물,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올리는 기후 현상입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것처럼 작년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인해 곳곳에서 이상 고온과 가뭄 피해가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라니냐의 발생 가능성과 그 여파를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결국 투자의 시작점은 기후를 예측하는 일부터 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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