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요일

사우디 국토 개발의 과제와 지속가능성 (아람코와 네옴시티 프로젝트)

최근 급등하는 유가와 관련해서 관련 포스팅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사우디의 현재 상황과 추가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내용을 작성해봅니다.

사우디 경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우디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람코는 사우디 수출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채굴 원가 10달러인 원유를 80~90달러에 팔아 엄청난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는 전 세계 최대 순이익 기업입니다.

아람코는 2023년에만 사우디 정부에 1,464억 달러의 법인세를 납부했으며, 1,278억 달러의 순이익 중 978억 달러를 배당금으로 지급했습니다. 이 배당금 978억 달러는 사우디 정부가 82%, 국부펀드가 16%를 가져가고 있습니다.

아람코의 엄청난 영업이익 창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정부의 재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지출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람코의 막대한 수익이 정부 및 국부펀드로 흘러들어가고 있지만, 이를 능가하는 지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사우디 정부의 1년 예산은 3,300억 달러이지만, 아람코에서 들어오는 배당금까지 합쳐도 2,266억 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사우디 정부의 재정이 생각보다 여유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사우디 정부는 9년 동안 재정적자를 기록했고, 2022년 1년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상승하면서 간신히 90억 달러의 재정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사우디가 재정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배럴당 86달러의 유가가 필요하며, 국부펀드 지출까지 포함하면 110달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재정적 어려움을 감안하면, 사우디를 하나의 기업으로 볼 때 비용이 많아 영업이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우디 국부 지도자인 빈 살만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빈 살만의 풀네임은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입니다. 아랍 문화권에서는 아들의 이름에 '빈(bin)'을, 딸의 이름에는 '빈트(bint)'를 붙이는 관습이 있습니다. 따라서 '빈 살만'은 '살만의 아들'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살만은 현재 사우디 국왕이며, 압둘아지즈는 그의 할아버지입니다. 

즉,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는 '사우드 가문의 압둘아지즈의 손자이자 현 국왕 살만의 아들 무함마드'라는 뜻입니다. 빈 살만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 이름은 무함마드입니다.

아랍권에서는 이름만 보고도 그 사람의 집안 배경, 가족 관계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압둘아지즈의 풀네임인 "압둘아지즈 빈 압둘 라흐만 빈 파이살 빈 투르크 빈 압둘라 빈 무함마드 이븐사우드"를 통해서도 이러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랍 사회에서는 이름만으로도 친족관계와 가문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2017년 6월 21일, 아버지인 살만 국왕은 정식 왕세자였던 동생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를 왕세자 자리에서 폐하고, 자신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을 새로운 왕세자로 선임하였습니다. 이로써 살만 국왕은 형제 간 상속 관행을 깨고 부자 상속을 확정 지었습니다.

이처럼 무리하게 왕세자 자리에 오른 무함마드 빈 살만은 경쟁자들을 숙청하고, 국민들에게 미래를 보여주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빈 살만의 왕가 독재는 사우디의 수니파 종교 집단인 근본주의 와하비파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빈 살만은 와하브파 성직자 3명의 사형을 집행하는 등 종교보다는 왕실이 더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려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우디 권력의 양대 축인 종교와 왕실 간의 대립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빈 살만은 사우디가 석유 중심 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미래를 보여주며 국민들의 지지를 얻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는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30' 국가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그 일환으로 네옴시티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는 하루 9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평균 수출가격은 배럴당 70달러 초반, 2023년에는 80달러 정도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사우디의 연간 원유 판매 수익은 약 2,600억 달러 수준입니다. 이 중 약 2,266억 달러가 국영기업 아람코를 통해 정부로 유입되고 있지만, 사우디 정부의 연간 예산 3,300억 달러로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특히 네옴시티 건설에는 1조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사우디의 재정적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빈 살만은 세계 각국을 돌며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우디는 현재 네옴시티 프로젝트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 네옴시티 프로젝트 외에도 트로제나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트로제나는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산악 지역에 스키장을 포함한 리조트 단지를 건설하는 계획으로, 2026년까지 완공하여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및 동계 올림픽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리야 왕가 유적 개발, 알울라 선사 유적지 개발, 키디야 복합 레저타운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을 합치면 네옴시티를 제외하고도 1조 달러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로의 국토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거대한 투자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중요한 질문이 될 것입니다.



지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국토 개발 계획을 기업의 관점에서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10년 중 9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기업"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이 기업이 7년 치 매출액에 해당하는 2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사업(네옴시티, 트로제나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우디가 이 막대한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우디는 아람코의 배당금 일부, 빈 살만이 족친 왕족들로부터 약 1천억 달러, 국부펀드의 5,268억 달러 자금 등을 동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람코 주식 매각 등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람코 배당금과 1천억 달러의 왕족 자금을 제외하면, 국부펀드와 아람코 주식은 사우디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자금이므로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사우디는 자신의 돈이 아닌 "남의 돈"으로 2조 달러 규모의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빈 살만은 브리지론(일시적 자금 대출)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사우디에 대한 투자 확대를 자국 기업들에 공개적으로 자제시키고 있어,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사우디는 국부펀드의 해외 자산 매각 등 "영끌"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사우디의 초대형 국토 개발 계획은 자금 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네옴시티는 초고층 빌딩을 일직선으로 배치하여 서울과 대전 사이의 거리인 170km에 걸쳐 건설할 계획입니다. 이는 매우 대규모 프로젝트로, 일반 건물 대비 2배 이상의 건설 단가가 소요되는 초고층 빌딩으로 구성됩니다.

예를 들어, 잠실 롯데타워의 높이가 555m이고 본체가 약 500m 정도인데, 네옴시티의 "더 라인"은 이와 비슷한 500m 높이의 초고층 빌딩이 폭 200m의 두 줄로 170km 거리에 걸쳐 건설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초대형 초고층 빌딩을 최첨단 시설로 시공하게 되면 평당 건설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이런 고비용 초고층 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는 잠재 수요가 사우디 국내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사우디의 1인당 GDP가 한국의 70% 수준에 불과하여 사우디 국민들의 구매력이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어지는 170km의 초고층 빌딩 단지를 외국인 수요만으로 채우기는 쉽지 않은 과제로 보입니다. 직장 등의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거주 중심의 공간을 외국인들이 채워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네옴시티는 초고층 건축물 건설에 따른 고비용과 미분양 가능성으로 인해 브리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빈 살만이 전 세계를 돌며 투자자를 모으고 있지만, 쉽게 자금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설사들도 공사비를 선지급 받지 못하고 배당금으로 수익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중국 건설사 위주로 기초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우디 국민의 인구와 구매력이 한계가 있어, 이 거대한 초고층 주거단지의 분양이 큰 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경기도 1기 신도시 전체 공급량을 상회하는 네옴시티의 미분양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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