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1온스당 2,400달러를 넘기며, 불과 두 달 전 2,000달러였던 시점에 비해 20% 상승했습니다. 금과 함께 은도 두 달 만에 40% 상승했는데요. 금 가격 상승의 이유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지만, 특히 중국의 사재기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는 중국이 전쟁을 대비해 금을 모으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으며, 중국은 현재 금을 노골적으로 사고 있습니다. 상위 5개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많이 매수하고 있는데, 이들 국가는 중국, 터키, 폴란드, 러시아, 인도입니다. 브릭스 국가들이 주로 금을 많이 사고 있다는 것이죠. 이 5개 중앙은행이 전 세계 금 매수의 8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미국 진영이 금을 열심히 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브릭스 진영이 금을 열심히 매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중국은 미국채를 팔고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작년 금 전체 매입량의 21%가 중국이었으며, 1조 3천억 원어치를 금 매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체 외환 보유액은 3조 2천억 달러인데, 1년 반 전에는 금 비중이 3%였지만, 현재는 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채는 2019년 1조 1천억 달러에서 현재 7,750억 달러로 줄어들었고, 5년 동안 2,500억 달러 정도를 매각했습니다. 지금도 미국채를 계속 팔고 있으며, 금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채를 팔고 금을 사는 건 2022년 10월부터 시작되었는데,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국제 제재를 받으면서 미국에 대한 금융 제재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만약 달러와 미국채가 동결 당할 경우, 위안화와 금으로 거래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중동의 석유와 남미의 광물을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만들고, 금을 기반으로 위안화 페깅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구리 가격도 두 달 전 대비 30% 상승했는데, 구리가 전선, 전력망, 통신망, 전기차, 친환경 분야뿐만 아니라 총알 제조에도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대비하려면 구리가 꼭 필요하겠죠. 구리 가격 상승의 이유도 중국 때문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중국 고물상들이 구리를 싹쓸이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구리 스크랩을 사서 중국으로 계속 보내고 있어, 다른 제조업체들이 구리를 구할 수 없을 정도로 사들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 구리 업체들의 주가는 급등하고 있으며, 특히 LS그룹 같은 경우는 구리 관련 계열사들이 많아 올해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오른 회사들도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채를 팔고 금과 구리를 매집하고 있는 현상이 전쟁의 징후로 해석될 수 있지만, 이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지금 중국이 대만을 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2027년까지 미국도 중국도 전쟁을 준비하는 단계일 뿐, 당장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약달러로 인한 원자재 강세에 배팅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은 없다고 못박았고, 금리 인하 시기로 접어들면서 약달러가 시작될 것을 예상해 금과 원자재를 사재기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철광석 가격과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것을 보면, 아직 원자재 사재기의 시작 구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철광석 가격은 연말에 미국 금리 인하와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로 많이 올랐다가 실망으로 급락했고, 구리와는 많이 다른 시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쟁이 나기 전에는 원유를 잔뜩 저장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유가는 80달러 기준으로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으며, 사우디가 감산을 오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라면 철과 원유 가격 또는 콩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의 소비가 늘어나면 돼지고기를 많이 사 먹는데, 돼지는 단백질을 많이 먹여서 키워야 하므로 대두 콩을 사료에 많이 넣어 키웁니다. 콩 가격을 보면 중국의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는데, 콩 가격이 약간 오르긴 했으나 크게 오르진 않았습니다. 중국의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것일 뿐, 원자재가 급등하는 것과는 일치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저는 위안화의 변신이 1세대 위안화에서 2세대 위안화로의 변화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의 결제의 90%가 위안화나 루블화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달러 없이 직접 자국 통화로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브릭스로 확대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최근 디지털 위안화를 도입했으며, 이는 가상 화폐의 장점을 살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입니다. 중국이 가장 먼저 CBDC를 주도하고 있는데, 이를 완성하면 달러를 위협할 수 있습니다. CBDC는 기존 화폐 시스템 대비 결제 편의성과 비용면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습니다.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브릭스 국가들을 자기 시스템에 편입시키면, 위안화 결제 비중이 빠르게 증가할 것입니다.
중국은 미국이 신사업에서 미적지근한 모습을 보일 때 빠르게 치고 나가 시장을 장악해왔습니다. 태양광, 리튬, 2차전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디지털 위안화를 준비하기 위해 금을 열심히 매집하는 것이라면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미국도 원래 기축통화국이 아니었으며, 파운드화가 그 역할을 했었는데, 유럽이 두 번의 큰 전쟁을 거치며 군수 물자를 팔던 미국으로 금이 넘어왔습니다. 미국은 그 금을 기반으로 달러와 교환해주는 페깅제를 사용하며 달러가 기축통화국이 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은 금과 교환이 불가능해지자 페깅제를 풀어버렸고, 달러 가치는 크게 떨어졌습니다. 이를 '닉슨 쇼크'라고 합니다. 그 타이밍에 오일 쇼크가 발생하면서 미국은 달러로만 원유를 살 수 있는 페트로달러 제도를 도입했고, 유가가 네 배로 오르면서 중동으로 달러가 몰려들었습니다. 중동은 다시 미국과 영국으로 돈을 예치하며 달러의 순환을 만들어줬습니다.
이후 달러는 금 없이 신용을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경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 때도 달러를 엄청나게 찍어냈습니다. 그러나 이번 긴축 때 달러를 제대로 회수하지 않았고, M2 통화량을 보면 늘린 것은 엄청난데 회수한 것은 미미하게 적습니다. 금리 인상을 마무리하며 풀어놓은 달러가 과거 대비 엄청나게 많아 약달러 시기가 오면 이 돈들이 자산 시장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러면 자산 시장에서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리가 내리고 나면 달러의 힘이 가장 약한 타이밍이 오는데, 이때 디지털 위안화를 기반으로 브릭스에서 새로운 통화를 등장시키면 달러가 휘청이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달러와 달리 위안화의 글로벌 결제 비중이 계속 올라가고 있으며, 1년 만에 두 배가 되었습니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아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블록화 내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려 자신들끼리는 준 기축통화처럼 사용하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통일과 분열을 반복해왔습니다.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를 누르고 천하를 통일한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 그때마다 썼던 전략은 삼국지의 천하 3분지계처럼 약한 나라가 천하를 도모하기 위해 한 번에 치지 않고, 한 자리를 확실하게 차지하고 천하를 둘 또는 셋으로 나누어 싸우는 전략이었습니다. 지금의 블록화가 그런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으로 금, 은, 구리 가격의 상승 원인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통해 설명해드렸습니다. 경제와 국제 정세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얽혀있기 때문에,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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