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0일 목요일

전기차 시대의 핵심 원자재: 리튬의 공급과 수요

이전 블로그 글을 통해 금, 은, 동의 가격 변동 원인에 대해 정리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리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리튬은 지구상에서 바닷물에 가장 많이 존재합니다. 바닷물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그 속에 녹아있는 리튬의 양도 상당합니다. 그러나 바닷물 속 리튬 농도는 0.17ppm으로 매우 낮습니다. PPM(parts per million)은 백만 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로, 매우 작은 양을 측정할 때 사용됩니다. 이를 백분율로 환산하면 0.000017%에 불과합니다.

약 8천만 년 전 안데스산맥이 바다에서 솟아오르고, 이로 인해 딸려 올라온 바닷물이 빙하기에 얼었다가 2만 년 전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안데스산맥의 지하에 녹은 바닷물이 거대한 호수를 형성했고, 호수 물이 증발하면서 거대한 소금호수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물 속에 녹아있던 리튬도 증발과 함께 높은 농도로 축적되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남미의 소금호수, 즉 염호에는 고농도의 리튬이 존재합니다. 바닷물 속 리튬 농도가 0.17ppm인 반면, 소금호수의 리튬 농도는 200~1400ppm으로, 바닷물보다 최대 8200배 농축되어 있습니다. 안데스산맥의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가 '리튬 삼각지대(The Lithium Triangle)'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배터리는 보통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으로 구성됩니다. 이 중 양극재가 가장 문제가 됩니다. 음극재는 흔한 흑연을 사용하고, 분리막이나 전해액도 소재가 흔하여 큰 문제가 없지만, 양극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양극재에 따라 배터리의 종류가 분류될 정도로 중요합니다. 현재 양극재는 리튬인산철(LFP)과 3원계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국은 리튬인산철 배터리(LFP)를 주로 생산하며, 한국은 3원계 배터리를 주로 생산합니다. 3원계 배터리는 리튬을 기본으로 양극재로 니켈, 코발트, 망간을 섞어 만듭니다. 두 배터리 모두 리튬을 필요로 합니다.

전 세계 금속들의 연간 생산량을 보면, 철과 망간은 넉넉하게 나오고, 니켈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니켈이 많이 나오는 러시아가 전쟁으로 수출이 주춤하지만, 동남아에서의 공급 증가로 원활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튬의 연간 생산량은 54만 톤에 불과합니다. 전기차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리튬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4년에는 전기차 1700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23년보다 300만 대가 더 많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2021년 기준으로 리튬 생산량은 54만 톤이었고, 수요는 46만 톤이었습니다. 리튬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은 2025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빠르면 2026년에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쓸만한 리튬광산을 발견하기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쓸만한 함유량을 가진 리튬광산은 101개에 불과합니다.



리튬광산에서 리튬을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염호에서 추출하는 Brine 방식과 경암형(HardRock) 방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Brine 방식은 소금호수에서 뽑아낸 소금물을 연못에 옮겨 자연증발 시키는 방식으로, 증발못(evaporation pool)에서 1년 가까이 증발시켜 리튬 농도를 높인 후 공장으로 보냅니다.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들지만, 화학처리가 적어 생산비용이 적고 환경오염이 크지 않습니다. 칠레 아타카마 염호가 세계에서 매장량이 가장 많으며, 중국의 쟈부예 염호는 품질이 가장 좋습니다.

반면 경암형 방식은 리튬이 들어있는 광석을 부수고 운반하여 정광을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초기 투자비용은 적지만, 생산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오염이 발생하며, 다량의 물이 필요합니다. 호주는 세계 1위의 리튬 생산국이지만, 리튬의 90% 이상을 정광 형태로 중국에 보냅니다. 중국은 이를 수입해 탄산리튬이나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여 다시 수출합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네바다주와 오리건주 접경지역의 '맥더미트 칼데라'라는 분화구에서 최대 4천만 톤에 달하는 리튬 매장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미국 내 전기차 리튬 수요를 충족할만한 규모입니다. 그러나 경암형 방식으로 채굴하는 리튬은 많은 물과 화학약품이 필요하고 환경오염 우려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발견된 리튬은 진흙에 가까워 채굴이 쉽고, 리튬 농도도 높아 경제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압력이 강한 미국에서는 호주처럼 정광까지만 만들어 중국으로 보내 제련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리튬광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성 있게 리튬 정광을 만들 수 있는 리튬 함량입니다. 리튬 함유량이 2.5% 이상이면 괜찮은 광산으로 인정받고, 5% 이상이면 매우 좋은 리튬광산으로 인정받습니다. 정광을 하려면 모래알보다 작게 분쇄한 광석을 밀도별로 분리해 리튬이 많이 함유된 가루를 가려내야 합니다.

리튬의 경우 2025년까지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리튬을 적게 사용하는 LFP 배터리 전기차 사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신규 리튬광산 개발속도가 빠르지 않아 다른 방식의 리튬 공급이 예상대로 가능할지가 중요한 관전포인트입니다. 리튬광산은 리튬 함유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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