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7일 목요일

2024년 여름 기상 예보: 엘니뇨에서 라니냐로의 전환

올해 7~8월 날씨가 대단할 듯해서 정리해 봅니다.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이 생깁니다. 대항해시대에 배들은 이러한 바람을 이용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꾸준히 항해하며 무역을 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구의 회전으로 인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바람을 무역풍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무역풍은 태평양의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어내며, 바람이 바닷물을 밀어올리는 과정에서 바다 바닥의 해수가 위로 올라오게 됩니다. 이때 바다 바닥에 있던 영양분이 해수와 함께 올라와 풍부한 어장을 형성하게 됩니다. 인도네시아의 바닷물 높이가 남미 쪽보다 약 0.5m 정도 높은 이유도 무역풍이 바닷물을 서쪽으로 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역풍이 약해질 때가 있습니다. 이때는 무역풍이 바닷물을 미는 힘이 약해져서, 차가운 바다바닥의 해수가 적게 올라와 수온이 상승하게 됩니다. 에콰도르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몇 년에 한 번씩 고기가 많이 잡히지 않는 현상을 어부들이 발견했습니다. 이 현상을 어부들은 아기 예수가 주는 크리스마스 휴가라고 하여 '엘니뇨'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바닷물이 미는 힘이 약해져서 바다 바닥에 깔려있던 영양분이 위로 적게 올라오게 됩니다. 이로 인해 바다 위쪽에 영양분이 적어지며, 고기들이 바다 위로 올라오지 않게 되어 에콰도르의 크리스마스 어획량이 감소하게 됩니다. 엘니뇨 기간의 해수면 온도 상승은 지역별로 다양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국 전역에는 폭염이 일어나고, 중남미와 호주에는 극심한 가뭄이 계속됩니다. 호주의 가뭄은 산불을 일으키고, 중남미의 가뭄은 파나마운하의 운항을 축소시켜 컨테이너 운임지수를 폭등시키고 있습니다.

https://www.ytn.co.kr/_ln/0104_202406210441218473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621_0002781581



엘니뇨가 발생하면 곡물 가격의 변동도 커지게 됩니다. 옥수수 생산량 1위국가는 미국으로, 전세계 옥수수의 30%가 미국에서 생산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옥수수 생산지인 미국 중부지역에 평년보다 습한 기후가 형성되고, 강수량이 증가하여 옥수수가 풍년이 듭니다. 하지만 미국 북부와 호주는 가뭄을 겪게 되며, 이로 인해 밀 생산량이 감소합니다. 엘니뇨가 오면 옥수수 가격은 내려가고, 밀 가격은 올라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미국의 옥수수 풍작은 유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매년 1억8천만 톤의 옥수수가 바이오 연료로 만들어져 기름과 섞여 주유되고 있습니다. 미국 주유소의 E-15는 바이오연료가 15% 섞인 기름이라는 뜻으로, 일반 기름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미국 옥수수의 바이오연료 사용 비중은 2021년 16%에서 2022년 32%로 늘어났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풍작으로 인해 가격이 낮아진 옥수수가 대량으로 바이오연료로 변환되면, 유가 인하의 한 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부터 이러한 상황이 바뀔 것 같습니다. 엘니뇨가 가고, 라니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라니냐는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뜻하며, 무역풍이 약해지는 엘니뇨와 반대로 무역풍이 강해질 때 발생합니다. 무역풍이 강해지면 바다바닥의 차가운 해수가 많이 올라와 태평양의 수온이 낮아지게 됩니다. 여름에 라니냐가 발생하면, 미국 서부는 가뭄에 시달리고, 호주와 동남아, 중국에는 폭우와 홍수가 발생합니다.



미국 기후예측센터(CPC/IRI)는 올해 여름 라니냐 발생 가능성을 85%로 보고 있습니다. 끝물 엘니뇨가 동남아 폭염으로 냉방 수요를 키우고, 겨울에 라니냐가 북반구에 강추위를 몰고 와서 난방 수요를 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엘니뇨와 라니냐의 연결은 여름부터 겨울까지 냉난방용 전력과 천연가스 수요를 계속 증가시킨다는 의미입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알루미늄 가격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알루미늄은 원재료인 알루미나보다 전기요금이 더 많이 들어가는 금속입니다. 알루미늄 생산 원가의 37%가 전기요금입니다. 곡물, 전력, 알루미늄, 천연가스 가격을 자극하는 기후가 라니냐인 것입니다. 엘니뇨가 라니냐로 전환되는 해에 한국은 여름이 오래가고, 폭염이 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라니냐는 한국에 한 달 이상 계속되는 열대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빙과업체 주가가 벌써부터 뛰고 있는 것입니다.

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621_0002781502


또한, 올해 7월 개막되는 파리 올림픽이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역대 올림픽 중 가장 탄소배출이 적은 친환경 올림픽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가장 더운 7월 말에 올림픽을 하는데,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숙소별로 선풍기 1대만 지급한다고 합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하수를 순환시키는 자연 냉각으로 선수촌 숙소의 실내 온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43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7월 말 한여름의 파리에서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잘 지낼 수 있을지 궁금한 상황입니다. 작년부터 엘니뇨가 고온, 가뭄 등으로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쳤다면, 올해는 라니냐의 발생 가능성과 그 여파를 주시할 시기로 보입니다. 한국은 비가 자주 많이 오고, 열대야와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에 대비해야 할 듯합니다. 투자의 시작은 기후를 보는 것부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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