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와 모래는 우리 일상생활과 건축물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시멘트는 고대부터 사용되어 왔으며, 그 역사는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시멘트라는 말은 부서진 짱돌을 의미하는 라틴어 "Cementum"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같은 고대 건축물에도 시멘트가 사용되었으며,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석회와 모래를 혼합한 모르타르가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로마 시대에는 화산재를 첨가해 더 단단한 시멘트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되어, 콜로세움과 같은 대형 건축물에도 활용되었습니다.
로마 시멘트는 석회와 화산재를 섞어 바닷물로 반죽해 만들었으며, 이 방식으로 만든 로마의 방파제는 현재까지도 남아 있을 정도로 단단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멸망과 함께 이러한 시멘트 제조 기술은 사라졌습니다. 1796년 영국의 제임스 파커는 석회석을 구운 후 물과 혼합해 1시간 내에 단단해지는 현대식 시멘트를 발명했습니다. 그는 이 시멘트를 로만 시멘트라 불렀습니다. 1824년, 영국의 에스프딘은 석회석에 점토를 추가로 섞어 새로운 시멘트 제조법을 특허로 받아냈고, 포틀랜드 섬의 돌과 비슷한 색깔 때문에 포틀랜드 시멘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시멘트라고 부르는 것은 대부분 포틀랜드 시멘트입니다.
1867년 프랑스에서 시멘트와 자갈, 모래를 섞어 만드는 콘크리트가 발명되면서 시멘트의 사용처는 더욱 넓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개화기 시절 서양인들이 시멘트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하자원이 많지 않은 한국에서는 석회석이 중요한 자원이 되어 1960년대부터 시멘트가 국가 산업으로 육성되었습니다. 시멘트 공장은 주로 석회석 광산 근처에 세워지며, 제천, 단양, 영월, 영주, 동해, 삼척, 문경 등에 많은 공장이 들어섰습니다.
1999년부터는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폐타이어 등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허용되었고, 시멘트 재료에도 폐기물이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멘트 산업은 환경오염 문제와 연관되기 시작했으며, 새집증후군과 아토피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게 되었습니다. 2000년에는 발전사들이 공짜로 넘겨주던 석탄재를 가공해 시멘트 대체재로 팔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시멘트사들은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게 되었습니다.
시멘트를 만들 때는 석탄재 외에도 폐플라스틱, 하수 처리장에서 나오는 슬러지, 폐유, 폐타이어 등 다양한 폐기물들이 연료로 사용됩니다. 이러한 폐기물들이 연소되면서 다양한 오염물질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시멘트는 대표적인 환경오염 산업으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폐플라스틱은 열량이 좋아 유연탄만큼 잘 타지만, 유연탄보다 두 배 빨리 타기 때문에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을 사용하게 됩니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석회석과 점토를 섞어 1450도의 고온에서 가열해야 하는데, 폐플라스틱은 이 온도를 꾸준히 유지하기 어렵게 만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첨단 설비가 필요하며, 이러한 설비가 도입되면 폐플라스틱 등 순환 자원이 고온에서 완전 연소되어 깨끗하게 처리될 수 있습니다.
현재 시멘트 업계는 환경오염 산업에서 친환경 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업계 1위인 쌍용은 대체율 100% 목표로 5000억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기물처리업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멘트 소각로는 기존 소각로보다 고온이어서 다이옥신 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으며, 시멘트 회사들이 폐기물을 환경오염 없이 처리할 수 있다면 업계의 성격이 극적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환경부도 주시하고 있으며, 시멘트 소성로 굴뚝마다 원격으로 오염물질을 측정하는 장치를 설치해 감시하고 있습니다.
시멘트만큼 중요한 건설 재료는 모래입니다. 모래는 지름이 2.0mm에서 0.0625mm 사이의 다양한 광물 입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보다 작은 입자는 진흙, 큰 입자는 자갈이라고 부릅니다. 모래는 큰 바위가 풍화작용을 통해 점점 작은 입자로 분해되며 생성됩니다. 바위는 물과 온도 변화, 나무뿌리 등의 영향을 받아 깎이고, 강물의 흐름에 의해 마모되어 모래가 됩니다. 중국의 양쯔강과 황허강 같은 큰 강에서는 상류에서 자갈이 하류로 이동하며 모래가 만들어지며, 상하이의 고층 빌딩군도 양쯔강 연안에서 채굴한 모래로 건설되었습니다.
하지만 모래 채굴이 과도해지면 홍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중국은 양쯔강 중, 하류에서 모래 채굴을 금지하고, 모래를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현재 북한과 사우디아라비아도 모래를 수출하거나 수입하고 있으며, 특히 사우디는 국토 대부분이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강모래를 수입해 건설에 사용합니다. 이는 사막 모래가 반질반질해 시멘트와 잘 결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모래는 입자 하나하나가 자그만 돌덩어리처럼 결합되어 콘크리트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전 세계적으로 모래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모래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중국이 가장 많은 모래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모래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체재 시장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또한, 모래는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의 중요한 재료인 석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석영을 고순도로 정제하면 반도체 소재가 되며, 미국 애팔래치아의 스프루스 파인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순도가 높은 석영 광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스프루스 파인의 석영은 순도가 매우 높아 불순물 분리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해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석영 도가니에 순수하게 정제된 석영을 넣고 고온으로 녹인 후, 작대기로 돌돌 말아 핫도그 모양의 덩어리를 만들고, 이를 얇게 자르고 표면을 매끈하게 가공하면 웨이퍼가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도가니 역시 불순물이 없어야 하며, 스프루스 파인의 고순도 석영이 필수적입니다.
1970년에 세워진 유니민은 스프루스 파인의 석영 광산을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시벨코가 이를 인수해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고순도 석영은 미국의 자원과 일본의 기술이 결합되어 반도체 소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신에츠석영과 JSQ는 세계 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며, 반도체 에칭 공정용 석영유리는 일본 토소퀴즈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고순도 석영 광산을 찾고 있지만 아직 성공하지 못했으며, 스프루스 파인의 석영이 아니면 고순도 도가니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벨코는 초고순도 석영 제조에 대한 특허를 내지 않고 있으며, 이는 스프루스 파인 광산의 석영이 아니면 따라 만들기 힘들다는 자신감의 표현입니다.
결론적으로, 시멘트 산업의 친환경 변화와 모래 부족 문제는 미래 산업의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원과 일본의 소재 산업의 조합은 중국이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시멘트와 모래의 중요성을 재고하며, 환경과 자원을 고려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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