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4일 월요일

이란 혁명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페트로달러와의 거래전쟁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과 소련의 영향력 하에 있던 이란은 석유 산업의 국유화를 단행하면서 영국과의 갈등이 심화되었습니다. 1951년, 모하마드 모사데크가 이란의 총리로 임명되자, 이란은 영국 석유 회사인 앵글로-이란 석유 회사를 국유화하였습니다. 이에 반발한 영국은 이란 석유 수출을 막고 경제적 제재를 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란 국민의 지지를 받는 모사데크의 강경한 태도는 미국에게도 큰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1952년, 미국은 모사데크를 협상의 걸림돌로 인식하게 되었고, 결국 이란 문제 해결의 초점이 모사데크의 제거로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1952년 11월 20일, 백악관은 "영국과 함께 모사데크 제거를 위한 비밀공작을 추진한다"라는 NSC-136/1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이로써 이란에 대한 비밀공작은 영국과 CIA가 공동으로 맡게 되었고, 아약스 작전이라는 이란 정권교체 작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953년 8월 20일, 쿠데타를 통해 모사데크를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고, 팔레비 왕조가 집권하게 되었습니다.

팔레비 왕조는 친서방 정책을 펼치며, 이란의 석유는 미국과 영국의 이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아파가 대다수인 이란에서 팔레비의 친서방 개방정책은 종교계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시아파 지도자 호메이니가 추방되자, 전국적인 시위가 일어났고 팔레비는 이탈리아로 망명을 떠났습니다. 이 틈을 타 호메이니가 집권하게 되었고, 이란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팔레비가 이탈리아로 도주한 이후, 미국이 팔레비 왕가의 미국 입국을 허가하면서 이란 대학생들이 격분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하여 52명의 미국 외교관을 인질로 잡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사건은 1981년 1월, 팔레비 왕가의 미국 내 재산을 이란에게 돌려주는 조건으로 인질 석방이 이루어지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2005년, 이란 대사관 인질극을 주도했던 대학생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가 이란 대통령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는 강력한 반미 정책을 펼치며, 걸프만의 키시 섬에 이란 석유 거래소를 개설하고, 석유 거래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유로나 이란 화폐인 리알로 받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핵심 이익인 페트로달러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미국은 페트로달러에 도전하는 국가들에 강하게 대응해왔습니다. 200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원유 대금을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발표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여 후세인은 교수형을 당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역시 원유 대금의 달러 결제에 반발했으나, 미국의 제재로 베네수엘라 경제는 붕괴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미국이 페트로달러에 민감한 이유는 페트로달러가 깨지면 미국 국채의 선순환 구조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2018년, 중국이 상하이 선물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이는 중국으로 들어오는 원유에 대해 달러 대신 위안화 결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은 이를 중국이 페트로달러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같은 해, 사우디 아라비아의 빈 살만이 터키 사우디 대사관에서 언론인 카슈끄지를 암살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묵인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이유로 사우디에 대한 군사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빈 살만은 이를 미국이 페트로달러 체제를 깨뜨린 것으로 간주하며, 시진핑을 사우디로 초청해 석유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사우디가 미국의 방위조약을 포기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신호였습니다.

BRICS는 2001년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 짐 오닐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로, 당시 세계 GDP의 8%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33%까지 성장했습니다. BRICS는 인구 측면에서도 전 세계 인구의 42%에 해당하는 32억 명의 경제 권역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BRICS는 규모를 계속 키우고 있으며, 이란과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여러 국가들이 가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의 빈 살만은 초대 형식으로 회원국이 되었습니다.



BRICS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BRICS 내 통용되는 공통 통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2022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BRICS 포럼에서 푸틴은 국제통화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시진핑은 이를 지지했습니다. 푸틴의 제안은 BRICS 국가 간 무역 대금 결제를 달러 대신 위안화로 하자는 1단계 계획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3년 4월, 브라질은 중국과의 무역 거래를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페트로달러 체제에 직접적인 도전은 아니지만, 무역과 금융에서 위안화 결제를 도입한 것입니다.

현재 원유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는 국가는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이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위안화 결제를 진행 중입니다. 전 세계 원자재의 89%가 달러로 결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달러 비중이 높다는 것은 신흥국들이 달러 강세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와 국내 물가 상승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에 따라 신흥국들은 달러와 SWIFT 단독 거래 대신 위안화와 CIPS 복수 거래로 옮기고 싶어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30년 이상 무역 및 재정 적자를 기록해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BRICS는 미국 달러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중국은 금과 희토류를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를 BRICS 공통 통화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금과 희토류가 가치 보호를 해주는 암호화폐로, 달러의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이자 희토류 생산국으로, BRICS의 희토류 매장량의 70.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는 BRICS와 미국 주도의 쿼드, IPEF에 모두 가입하며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 인도는 비동맹 외교정책을 고수하며 양측에서 이익을 얻어내려 하고 있습니다. 위안화를 BRICS 공통 통화로 만드는 1단계에서 인도가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BRICS 회담이 삐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공통 통화 문제는 합의되지 않았고, 추가 회원국만 더 받는 선에서 지난해 8월 BRICS 정상회담의 사전협의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에 푸틴은 BRICS 회의에 오지 않고 화상회의로만 참여했고, 시진핑도 정상들 간 사진만 찍고 폐막식에는 불참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가 페트로달러를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강대국, 특히 미국은 핵심 이익이 침해받으면 정부에 관계없이 강력히 대응해왔습니다. 미국은 민주당 정권에서 전쟁을 더 많이 시작한 나라로, 사우디의 페트로달러 포기는 미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사우디가 BRICS로 모이고 있지만, 여전히 변수는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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