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요일

중동의 긴장고조: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최근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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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헤즈볼라 공격 계획을 승인하면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레바논의 상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레바논은 경상남도만한 면적에 550만 명이 살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 나라의 문제는 18개 종교가 섞여서 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슬람은 원수 사이인 수니파와 시아파가 섞여 있고, 기독교도 마론파, 그리스 정교회, 그리스 가톨릭, 개신교 등이 섞여 있습니다. 1932년에 인구 조사를 해보니, 기독교가 54%, 이슬람 수니파가 20%, 시아파가 18% 등으로 기독교 인구가 많았습니다. 1943년 레바논이 건국되면서, 레바논은 종교 파벌 간 세력에 맞춰서 권력을 배분하는 국민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대통령과 군 사령관은 가장 인구 비중이 높은 기독교인 마론파가, 총리는 무슬림 수니파가, 국회의장은 시아파가, 국회 부의장과 부총리는 가톨릭 정교회가 차지하며 권력을 나눠 가졌습니다. 국회의원도 기독교 54명, 무슬림 45명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정착하면서, 이스라엘에 살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난민이 되어 레바논으로 넘어왔습니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대규모로 들어오자 무슬림 인구 비중이 갑자기 늘어났습니다. 무슬림 인구가 절반을 넘었지만, 정권은 기독교가 절반을 넘던 시절 만들어진 국민 협정으로 결정되었기에 레바논에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1989년, 사우디의 중재로 내전이 끝났고, 128명의 국회의원을 기독교와 무슬림이 반반 가져가는 것으로 협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무슬림의 인구 증가 속도가 기독교보다 빨라 협상 이후 현재는 무슬림과 기독교의 인구 구성이 6대 4까지 벌어졌습니다. 무슬림 인구가 60%를 넘는데도 대통령은 기독교인이고, 장관과 국회의원도 절반이 기독교 세력입니다. 이런 팽팽한 구도 속에서 국민 감정이 헤즈볼라로 쏠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2006년 7월 12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영토에 들어가 8명의 군인을 살해하고 2명을 납치했습니다. 7월 13일, 이스라엘은 전투기와 탱크로 레바논의 도시를 보복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레바논은 도로가 좁아 이스라엘 탱크들이 헤즈볼라의 시가전 기습에 계속 당하게 됐습니다. 이후 이스라엘은 공중 폭격으로 방향을 바꾸고 시아파 거주 구역을 집중 공습했습니다. 수니파나 기독교들이 거주하는 지역은 공습을 받지 않아 전쟁이 있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평온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시아파 민간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에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을 공습했고, 이것이 알자지라에 의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습니다. 국제 여론이 비인도적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에게 부정적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UN이 개입해 교전은 8월 14일 중단되었고, 레바논 남부에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되었습니다. 한국의 동명부대도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되어 17년간 29번째 임무 교대를 올해 초까지 했습니다. 레바논 민간인 수천 명의 사상과 무관하게, 전투 병력만 보면 헤즈볼라 74명, 이스라엘군 150명으로 이스라엘군 사망이 더 많았습니다. 승리를 선언한 헤즈볼라는 이 전쟁으로 아랍 세계의 영웅이 되었고, 여러 정파들을 합류시켜 레바논 집권 여당이 되었습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시아파 무슬림 지분 27석 중 13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4석은 시아파 아말 운동이 가지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포함된 시아파가 레바논의 집권 여당이지만, 수니파도 27석이 기본 배정되고, 64석이 기독교 정파에 분산되어 어느 한쪽으로 힘이 쏠리기 힘든 국회 구조입니다. 시아파 종교 국가인 이란의 가장 큰 숙제는 주변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니파라 시아파 쪽수를 늘리는 것입니다. 몇 안 되는 시아파 집권국이 이스라엘과 국경이 붙어 있는 레바논이라 이란의 레바논 사랑은 끈끈합니다. 레바논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이란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를 "우리의 이맘이자 주인"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에게 우리가 무너지고 이란이 강해지면 다음 차례는 너희들이라며 접근하고 있습니다.



헤즈볼라가 전투력에 비해 존재감이 없었던 이유는 이스라엘보다 더 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적은 시리아에 있었습니다. 시리아의 정권을 잡고 있는 아사드 대통령은 헤즈볼라와 같은 시아파 중 소수 종파인 알라위교를 믿습니다. 알라위교는 신도 수 300만 명의 시아파 소수 종파인데, 같은 소수파인 신도 수 200만 명의 기독교와 연합해서 시리아 정권을 유지했습니다. 시리아에 전파된 수니파 계열 무슬림 형제단과 시리아 집권 세력 간 종교가 완전히 달랐습니다. 무슬림 형제단은 시아파가 집권한 시리아에 무장 투쟁을 선포했고, 아사드 대통령은 무슬림 형제단과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아사드는 무슬림 형제단과 싸우는 과정에서 하마를 공격했습니다. 하마는 3만 8천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오래된 이슬람 도시로 무슬림 형제단과 그의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아사드는 이스라엘과 대치해 있던 정규군 3만 명을 빼서 군대와 탱크를 하마로 보냈습니다. 탱크와 대포를 갖춘 진압부대는 외곽에서 일주일간 하마 시가지를 포격한 후, 폐허가 된 도시에 진입했습니다. 공격 목표였던 무슬림 형제단 2천 명 중 4백 명 정도가 진압 과정에서 체포 또는 사살되었고, 나머지 1,600명은 도피한 상태였습니다. 무슬림 형제단의 피해는 미미했고, 하마 시민들만 큰 피해를 보게 되었습니다. 20일 이상 계속된 포격으로 하마 주민 3만 8천 명 중 3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하마 사태 이후에도 무슬림 형제단의 시위와 정부군의 강경 진압이 반복되었고, 시위대는 점점 무장한 반군이 되어 갔습니다. 반군은 점점 세력을 키웠고, 2012년이 되자 시리아 면적의 70%를 반군이 장악하고 수도를 포위했습니다. 정부군이 수도를 지키며 방어 모드로 나오자, 정부군이 무너졌다고 본 반군들은 서로 정권을 잡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반군들은 아사드 대통령에게 반대하는 것은 같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달랐습니다. 무슬림 형제단이 반군의 주력이었지만, 이들 사이에도 강경파와 온건파가 나뉘었고, 쿠르드족 등이 모인 것이 시리아 반군이었습니다. 무슬림 형제단 중 가장 이슬람 근본주의인 강경 수니파가 이슬람 왕국을 선포했습니다. 그것이 ISIS였습니다. ISIS는 세력을 빠르게 불려 나갔고, ISIS가 원하는 이슬람 국가는 수니파 국가라는 점이 시아파를 자극했습니다. 시아파인 이란과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주적이 ISIS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대선 공약대로 ISIS와 싸우는 세력들에게 무기와 군수물자 등의 지원을 대대적으로 하게 됩니다. 이란과 헤즈볼라가 지상에서 공격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항공 폭격 등을 지원하자 ISIS는 소멸되는 코스로 가게 됩니다. 헤즈볼라도 ISIS와 싸우는 과정에서 미제 무기와 군수물자들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수니파 ISIS가 사라지고, 시리아에 시아파 정부군 세력이 우세해지자, 헤즈볼라는 다시 목표를 미국과 이스라엘로 바꾸게 됩니다. 헤즈볼라는 1983년 4월 18일 자살 차량 폭탄 테러로 레바논에 있는 미국 대사관을 폭파시키고, 10월 23일에는 베이루트에 있는 미군 막사에 자살폭탄 테러로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베이루트 폭탄 테러는 TNT 환산으로 12,000파운드(약 6톤)에 달하는 양의 폭약을 사용했으며, 이는 미군이 사용하는 항공폭탄 중 가장 큰 것보다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이후 헤즈볼라는 ISIS와의 전쟁에서 병력과 물자를 소모하면서 보강을 위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헤즈볼라는 충분한 병력과 군수물자를 확보하여 자신들의 힘을 다시 증명하게 되었습니다. 헤즈볼라는 이런 상황에서도 전면적인 참전보다는 불규칙적으로 로켓을 발사하거나 수비적인 태세를 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전면 공격을 선언하면, 헤즈볼라는 자신들이 충분히 무장하고 있다는 증명과 함께 존재감을 드러내기를 원할 것입니다. 이스라엘과의 국경이 이슬람 무슬림과 시아파 수니파 민족주의 속에 의해 일어나면 레바논은 이스라엘 해상 가스전에서 나오는 가스 중 일부를 받기 힘들어집니다.



헤즈볼라의 전면 참전설이 나돌았지만, 헤즈볼라가 본격적인 참전을 못하고 불규칙적으로 로켓을 쏘는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 반대로 이스라엘이 전면 공격을 선언하고 있는 것입니다. 충분한 무기와 전력을 채워놓은 헤즈볼라가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타이밍에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이란에서 15만 발에 가까운 미사일을 확보한 헤즈볼라의 공격을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 모두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입니다.


돈의 흐름을 고려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의 확전을 바라는 국가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스라엘 네타냐후가 부패 혐의로 재판 중이고, 그 유죄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 변수로 작용합니다. 이스라엘은 판을 키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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