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2일 화요일

중국 vs 미국: 희토류 자원의 패권 싸움

 최근 그린란드 희토류에 변화가 있어서 업데이트해봅니다. 희토류는 크게 분류하면 경희토류(Light Rare Earth Element)와 중희토류(Heavy Rare Earth Element)로 나누어집니다. 경희토류는 세계 각지에 분포되어 매장량이 많고, 채굴 난도도 높지 않아 공급은 충분한 상태입니다. 원소기호 65번 터븀(Tb)부터 71번 루테튬(Lu)까지의 중희토류, 특히 66번 디스프로슘(Dy)이 중요합니다.



디스프로슘은 1886년 프랑스에서 엄청 힘든 과정을 거쳐서 분리되었습니다. 연구진이 분리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하다 보니 "도달하기 힘들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δυσπρόσιτος로 디스프로슘의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모터 안에는 자석이 들어가서 회전을 하면서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네오디뮴을 넣어 자석을 만들면 자력이 10배 이상 강해지므로 그만큼 자석을 작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오디뮴 자석은 회전을 빠르게 하면 높은 열이 발생해서 자석의 성능이 떨어지는 게 문제입니다. 네오디뮴 자석을 만들 때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을 첨가하면 고열에도 자석의 성능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빠르고 강한 발전을 계속해 줘야 하는 고성능 발전기나 전기차 모터 등 영구자석에 중희토류 디스프로슘이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중희토류는 현재 중국 장시성과 미얀마에서 대부분 채굴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생산하는 중희토류의 절반 정도는 미얀마의 광산에서 채굴되고 있습니다. 2024년 6월 초, 미얀마의 희토류 광산에서 산사태로 광부들이 사망했을 때 중국인 사망자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희토류 디스프로슘을 생산하는 장시성을 가보면, 디스프로슘 채굴 과정이 이렇게 진행됩니다. 디스프로슘이 함유되어 있는 언덕 중턱에 3미터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황산암모늄 용액을 구덩이에 그냥 쏟아 붓습니다. 이 언덕의 지질은 잘 부스러지는 모래 점토로 되어 있어 산성 용액은 진흙을 녹이며 곤죽이 됩니다. 인부가 황산암모늄에 녹아 갈색 곤죽이 된 흙을 퍼담아 파이프라인에 부으면, 풀장 같은 곳에 모여 침전된 후 희토류가 분리됩니다.



채취된 점토에 함유된 희토류는 0.2% 정도로, 황산에 녹아 갈색 곤죽이 된 99.8%의 흙은 폐기물이 되는 것입니다. 폐기물은 언덕이나 냇가에 그냥 버려지고, 염산, 황산 등이 덜 제거된 채 시냇물과 지하수로 들어가서 식수와 농사를 망쳐놓습니다. 과수가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주민들은 피부 발진, 호흡기 질환, 골다공증, 각종 암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1톤의 디스프로슘 정제를 위해서는 7만 5000L의 산성 폐수, 1톤가량의 방사성 폐기물, 1,200만 L의 황산과 플루오르화수소산이 혼합된 폐가스가 보통 나옵니다.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이 드물기도 하지만, 생산과정에 환경오염이 심해서 가격이 비싸고 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10메가와트의 발전용량을 내는 풍력발전기 1기에는 2톤 정도의 자석이 들어가고, 자석 속에 160kg의 디스프로슘이 들어갑니다. 전기자동차에도 대당 100g 정도의 디스프로슘이 사용되는 등, 희토류 중 디스프로슘은 신재생에너지 쪽에 중요한 원소입니다. 현재 디스프로슘은 1년에 천 톤 내외가 생산되는데, 풍력발전기를 만들기에도 공급이 부족한 규모입니다. 첨단 무기도 마찬가지입니다. F-35를 생산하려면, 1대당 417kg의 네오디뮴-철-보론-영구자석이 들어가고, 영구자석 안에 디스프로슘이 첨가됩니다. 미국의 불안은 첨단 군사 무기에까지 디스프로슘이 들어가는데, 중국산을 대체할 대안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경희토류는 대체가 가능합니다. 미국에도 환경 이슈로 가동을 하지 않을 뿐이지 희토류 광산들이 많고,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공급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중국과 미얀마에서 나는 중희토류이고, 현재 중국이 전 세계 물량의 거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북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세계 최대의 섬인 그린란드가 있습니다. 인구는 대부분 원주민으로 5만 6천 명밖에 안되지만, 한반도의 열 배 넓이의 210만 제곱킬로미터 면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영토지만, 주민 투표를 통해 2009년부터 제한적 독립을 선언하고 자치권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영토의 85%가 얼음이고, 총수출의 90%가 새우와 물고기일 정도로 경제력이 약하지만, 지하자원과 입법, 사법의 자치권이 있습니다. 그린란드에서 중국과 미국의 희토류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린란드에 전 세계 중희토류의 44%가 매장된 세계 최대 규모의 중희토류 광산들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린란드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역이라 희토류를 채굴하고 제련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환경오염 피해가 적은 것도 장점입니다.



그린란드 총선은 희토류 총선이었습니다. 크바네펠트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총선에서 여당과 야당이 격돌했습니다. 그린란드의 크바네펠트 광산과 탄브리즈 광산은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 투탑 광산입니다. 그린란드 남부에 위치한 크바네펠트 광산은 경희토류와 중희토류, 우라늄, 아연 등이 11억 톤 이상 매장된 세계 최대급 광산입니다. 탄브리즈 광산은 매장량 4.4억 톤으로 크바네펠트보다 적지만 중희토류인 디스프로슘, 이트륨, 터븀 등의 함유량이 많은 중희토류 광산입니다. 크바네펠트 광산은 호주계 광산회사인 그린란드 미네랄이 주축이 되어 개발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린란드 미네랄은 호주 기업이지만, 최대 주주가 중국 기업 성하 자원이라 실질은 중국 기업입니다.



총선에서 여당이 이기면, 크바네펠트 광산이 중국 주도로 개발되며 중희토류 시장에서 중국의 독점력이 더욱 강화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했고, 그린란드 미네랄 주도의 크바네펠트 광산 개발은 즉시 보류되었습니다. 그린란드 총선은 서울 화곡 1동 주민 규모밖에 안 되는 5만 6천 명이 치른 선거였지만, 희토류 확보 전쟁에서는 중요한 선거였습니다. 그린란드 의회가 크바네펠트 광산 개발을 보류하자 2007년부터 투자를 해온 중국계 그린란드 미네랄은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그린란드 미네랄은 광산 개발 허가가 아니면 115억 불 규모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국가 대상 소송을 코펜하겐 중재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그린란드 정부는 크바네펠트 광산 허가서에 정치적 이유로 광산 개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찾아내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중희토류가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는 탄브리즈 광산은 미국 광물개발업체 크리티컬 메탈스(CRML)가 올해 5월 인수했습니다. 한 해 전 세계 디스프로슘이 천 톤 정도 생산되고 있는데, 디스프로슘만 760만 톤이 매장된 광산을 미국 기업이 확보한 것입니다. 크바네펠트 광산과 달리 탄브리즈 광산은 채굴 허가가 이미 난 상태라, 빠른 시일 내 희토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희토류 채굴이 되어도, 그린란드에서 환경오염이 극심한 희토류 제련을 할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채굴만 그린란드에서 하고, 환경오염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중국으로 흙을 보내서 제련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2023년 5월, 학술지 네이처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팀이 만든 논문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이들은 박테리아의 단백질로 중희토류를 분리하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10년 전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팀은 유럽 참나무의 싹에서 특이한 박테리아를 발견했습니다. 이 박테리아에 있는 란모튤린이라는 단백질이 디스프로슘 광석에서 디스프로슘을 83% 순도로 분리할 수 있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란모튤린 단백질이 다른 금속 원소보다 희토류 원소를 1억 배 이상 선호해서, 희토류 광물을 란모튤린 단백질이 들어있는 필터에 통과시키면 고순도 디스프로슘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였습니다. 디스프로슘 제련에 환경오염 이슈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광산의 존재입니다. 그린란드의 중희토류 광산이 중국의 제련 없이 희토류 생산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큰돈이 될 만한 일이 생기면, 귀신같이 등장하는 2명이 있습니다. 투자로 큰돈이 될 만한 곳에는 워런 버핏이 등장하고, 신기술로 큰돈이 될 듯하면 일론 머스크가 등장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십이 중희토류 확보에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최종 목표는 화성이지만, 달 착륙이 먼저 진행될 예정입니다. NASA가 진행하는 유인 달 착륙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에 사용될 달 착륙선에 스타십이 선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달에 과거와 같이 자그마한 달 착륙선이 아니라, 50미터짜리 달 착륙선이 내리는 것입니다.



1862년, 미국 서부 개척 시기에 홈스테드 법이 있었습니다. 홈스테드 법은 먼저 달려가서 찜을 하는 사람에게 그 땅을 주는 법입니다. 주인 없는 땅에 테두리를 치고 5년간 거주하면, 160에이커(약 20만 평)까지 소유권을 인정해 줘서, 서부로 달려간 유인책이 됐습니다. 노예였던 흑인들까지 자기 땅을 얻을 수 있었고, 미국 총면적의 10%에 달하는 땅에 160만 명의 자영농이 생기게 된 법입니다. 2015년 제정된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 법"은 홈스테드 법의 우주 버전입니다. 민간기업에 우주 광물 채취권을 줘서 우주에서 채굴한 자원을 기업이 가져갈 수 있게 하는 법입니다. 상업적 우주발사 경쟁력 법은 우주 자원전쟁에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기업들이 활발하게 뛰어들게 된 배경이 됐습니다. 달 표면에는 핵융합의 원료인 헬륨 3도 있지만, 표피에 깔려있는 다른 암석도 있습니다. 디스프로슘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NASA와 함께 달 표면의 희토류 등 희귀자원의 공급라인을 만들어 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달에 탐사선을 보내서, 선점 경쟁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단순한 연구 목적으로 달표면의 토양을 채집해서 가지고 오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미중 간 희토류 전쟁은 그린란드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얀마 내전에 계속 관여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로 미얀마의 중희토류 광산이 있기도 합니다. 중국은 희토류 관리조례를 의결했고,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희토류 관리조례는 희토류를 국가가 소유하고 직접 콘트롤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희토류 채굴 및 제련, 분리에 대해 '총량 조절'을 국가가 실시·통제하도록 규정해서, 언제든 무기화할 수 있게 법규를 정비했습니다. 희토류의 친환경 제련 방법이 개발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론적인 논문 수준이지 가성비 있게 상용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희토류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닌듯한 상황입니다. 희토류는 중희토류와 경희토류를 구분해서 봐야 돌아가는 흐름이 명확해집니다. 그린란드, 미얀마, 일론 머스크의 달 탐사에는 디스프로슘이라는 중희토류가 공통적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린란드는 미국 승으로 끝난 듯하지만, 제련에서 나오는 환경오염 해결이 남은 숙제입니다.


관심있을만한 다른 포스팅들: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과 대만 독립 움직임의 충돌

에너지 안보의 새로운 화두, 우라늄 자원 장악을 향한 갈등

전쟁과 기후위기 속 반도체 생존법: 희귀가스 재활용의 중요성

미얀마 내전의 이면, 중국의 중희토류 자원 욕심



댓글 없음:

댓글 쓰기